
이번 프리즈 아트페어는 충동구매로 작품을 컬렉하는 비중이 작고, 사전 구매하고자 하는 작품 정보 문의가 작년보다 많았다고 한다. 참가한 갤러리 리스트가 있기에 직접 문의가 가능하였다.
한국의 기존 컬렉터보다 잠재한 컬렉터들이 프리즈 입성을 환영했던 것은 작품의 아름다움이나 예술적 안목보다 재산의 호환성이다. 구입해서 다시 팔 수 있는 시장의 규모는 갤러리 신용과 재산의 규모로 평가한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외면당하는 이유는 가치의 평가가 갤러리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막연히 현대미술에 대해 논의하기보다 건강한 갤러리가 필요하다. 1세대 미술관과 갤러리 대표들은 2세 경영으로 바뀐 곳도 있지만 접고 싶은 곳도 있다.
한국인들에게만 통용되는 현대미술 주소는 정확한가. 컬렉터들이 왜 등을 돌리고 있는가. 왜 현대미술을 찾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변을 기피한다. 현대미술은 살아 있는 생물이고, 그 외엔 마른 건어물로 표현한다. 죽은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그 답을 프리즈에서 찾는다고 한다.
프리즈는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들을 위한 아트페어가 아니다. 도리어 작가들에게 안목을 확장하는 의미와 기회가 될 수 있다. 프리즈에 참가한 갤러리 리스트는 세계 미술시장의 현주소이며 기준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현대미술을 하고 있지만 늘 과거에 발목이 붙잡혀 있는 건어물처럼 꼬들꼬들 말리고 있다. 이유는 장식이나 인테리어 소품처럼 활용되기 위해 창작보다 성형외과 의사처럼 아름다움을 위해 집도하듯 작업한다.
국내 아트페어는 작가보다 성형 잘하는 병원 간판 보는 듯하다. 창작의 자유보다 기능과 손재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최면에 걸린 몽유병 환자들이 있는 한국에 착륙한 프리즈의 영향은 특급 태풍이다.
작가들만 반성하기보다 부추기는 갤러리 책임도 있다. 프리즈 상륙은 가시가 아닌 생명을 살리는 주사였으면 싶다. 자유와 창작도 없는 열정으로 버티는 작가들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가 되며, 더 이상 안쓰럽게 애쓰지 않고 작업의 즐거움이 보상됐으면 싶다.
한국의 미술과 세계 미술은 체급이 다르다. 창작에 체급이 없는 줄 알았는데 ‘차이’라는 벽과 경계는 생각보다 높다. 그 차이는 물감 브랜드나 이미지가 아니다,
보이는 차이가 아닌 내적 차이다. 한마디로 철학이다. 자동차의 엔진이며, 전기차의 밧데리다. 철학은 평론과 다르다. 우리 철학의 부재가 예술작품의 부재가 되었다.
우리 작품엔 내면의 심장이 없기에 작가의 주절거림이 술주정 같고 작품은 번들거리는데 죽은 건어물이다. 우리 철학은 비단 예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나 종교 교육 등 우리만이 가진 흥과 신명 등을 되살리는 에너지가 탑재된 작품이 한류의 심장이 되며, 엔진이다.
금보성: 시인, 화가, 시집7권, 개인전75회
금보성아트센터 관장, 한국예술가협회 이사장, 백석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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