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혐의가 의심되어 수사, 재판을 받아 어렵게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게 되었다면 당사자는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을 고소했던 사람을 무고죄로 고소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인정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못하다. 이는 무고죄의 성립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탓이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것이다. 고소된 혐의에 대하여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으면 피고소인은 신고 내용이 허위임이 밝혀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소인에게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무고죄에서 허위 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단지 신고 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증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다시 말해,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소극적 증명에 불과하며 무고죄가 인정되려면 신고 사실의 핵심이나 주요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히 입증되어야 한다.
실제로 고소 사건을 잘 살펴보면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그 사유가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때에는 신고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 사실임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설령 고소인을 무고죄로 고소하더라도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게다가 무고죄는 과실범 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고의가 있을 때에만 인정된다. 고소 내용이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허위 사실이었다 해도 고소인이 당시에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면 무고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무고죄는 고소인이 고소 당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고소한 때에만 성립하는 것이다.
법무법인YK 박수찬 변호사는 “무고죄를 단순히 억울함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무고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게다가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무고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 없이 무작정 무고죄 카드를 내미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무고죄를 섣불리 주장하기보다는 이와 관련한 법리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의 조력을 구하여 실제로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는 일인지 미리 검토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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