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속터지는 띄어쓰기 규정](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412120827360134646a9e4dd7f21017810412.jpg&nmt=30)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에서도 가장 넘기 힘든 고비가 바로 띄어쓰기 문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고 자부하는 한글인데 글로 쓸 때 막상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지키려면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고 400년 넘는 동안 띄어쓰기가 없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한글은 띄어쓰기를 안 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띄어 쓰는 게 훨씬 더 편리하다는 것을 서양 선교사들이 먼저 알았고 띄어쓰기를 처음 적용했습니다.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이 제정되면서 띄어쓰기 규정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1988년 맞춤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띄어쓰기 규정은 더 세세하게 정비됩니다. 그런데 그 규정은 원칙에 ‘다만’이 붙으면서 예외가 인정되고 현실적인 문제나 관용적 사용으로 ‘허용’이 더해집니다. 그로 인해 알면 알수록 어려운 규칙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지금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 겁니다.
‘서울시장애인복지관’이나 ‘울산시체육회’ 같은 걸 들이대며 불평하는 이들의 내면에는 띄어쓰기 규정의 복잡함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깔려 있습니다. ‘다만’으로 예외를 인정하고 ‘원칙’과 ‘허용’으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에 대한 항의도 포함돼 있습니다.
연구자들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현재 규정이 최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원칙주의자들과 규정이 궁벽한 곳에서 괴상한 문제를 찾아내 학생들을 괴롭히는 국어선생들입니다. 예를 들어 ‘집 한채’와 ‘집 한 채’를 시험문제로 냈다고 칩시다. 헷갈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유롭고 편리한 의사소통이지 규정이나 시험점수가 아닙니다.
띄어쓰기 규정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현재보다 더 쉽게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의미단위로 띄어 쓰도록 하고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굳이 규정을 들이대며 까다롭게 굴지 않는 것을 제안합니다. 한글은 적당히 띄어 써도 좋은 문자입니다. 규정은 적당한 위치에 놓아 두고 최소한의 원칙으로 규칙을 느슨하게 적용하자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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