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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 "직선은 인간의 것이고 곡선은 신의 것이다"

입력 2025-05-12 08:24

[신형범의 포토에세이] "직선은 인간의 것이고 곡선은 신의 것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쇼핑몰입니다.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유려한 곡선이 눈에 확 들어오면서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떠올랐습니다. 건축을 시(詩)의 경지로 승화시킨 가우디는 자연을 사랑했습니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고 믿은 가우디는 직선 중심의 기존 건축양식과 달리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을 이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동물근육과 뼈, 나무기둥과 나뭇잎 등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버무려 자신의 건축에 투사했습니다. 그래서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들은 자연의 법칙을 존중하고, 자연에 협력하면서 서로 유기적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자연스러움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습니다.

대표적 건축물이자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은 반드시 방문한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의 건축철학을 잘 나타냅니다. 외관은 부드러운 곡선과 탑 위에 지중해 과일, 식물의 잎 등 자연의 형태를 조각한 조형물이 장식돼 있습니다. 자연적인 아치 구조로 성당의 내부에는 동물의 근육, 거대한 나무와 식물의 줄기가 뻗어나는 모양으로 기둥을 만들어 건물의 무게를 지탱합니다. 천장까지 이어지는 높은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아름다운 빛을 담아내는 것도 특징적입니다.

사그라다(Sagrada) 파밀리아(Familia)는 ‘성스러운 가족’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성모 마리아와 남편 요셉 그리고 예수를 뜻합니다. 마리아를 기념하는 성당(노트르담)은 많지만 예수의 가족을 기리는 성당은 아마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유일하지 싶습니다.

이 성당은 원래 1882년 한 카톨릭 단체가 짓기 시작했는데 이듬해인 1883년 가우디가 수석 건축가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전통적인 고딕에 아르누보 양식을 결합한 가우디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성당 건축에 몰두하던 1926년, 가우디는 전차에 치여 사망했는데 당시 성당은 약 25%의 공정이 진행됐습니다.

그 후 스페인내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중단과 건축을 반복하며 140년 넘게 짓고 있는데 가우디가 살았을 때 직접 완성한 동쪽 ‘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çade)’ 외에 나머지 외관은 후대 건축가들이 가우디가 남긴 자료를 복원하고 재해석해 설계했습니다. 성당측은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내년(2026)에 완공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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