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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노동의 종말

입력 2025-05-26 08:12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노동의 종말
포르투갈의 한 도시를 걷다가 우연히 찍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일하는 사람의 얼굴이 가려진 채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사라진 노동자의 얼굴처럼 머지않아 노동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고한 학자가 있습니다.

꼭 30년 전인 1995년에 초판, 10년 후인 2005년에 개정판이 나온 《노동의 종말》은 요즘 썼다고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저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정보기술, 로봇공학, 인공지능이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기존의 노동 중심 경제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인간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전통적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업, 사무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합니다. 기존 노동을 통한 분배와 생계 유지 모델이 무너지고 구조적 실업의 심화로 이어집니다. 특히 중간 수준의 기술이나 반복 업무를 중심으로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돼 계층 간 격차는 심해집니다. 일자리의 질도 나빠지는데 단순히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노동 자체가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리프킨은 새로운 사회적 역할과 소속감을 제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 3섹터’의 성장을 강조합니다. ‘제 3섹터’는 시장과 국가의 틈새를 메우는 커뮤니티 기반의 활동이며 개인의 사회적 기여와 연대를 통한 자아 실현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술이 인간노동을 대체하는 사회에서 생계 보장을 위해 기본소득제도 같은 새로운 분배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도 최근 익숙해진 개념입니다. 또 전통적 화폐 중심의 경제 대신 ‘시간은행’ ‘지역화페’ 같은 공동체 기반의 교환수단이 미래사회를 보완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노동시간 단축과 자동화 확산은 인간이 여가와 자기계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생기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이는 생산 중심에서 삶의 질과 창의성, 공동체 참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합니다.

결론은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기존의 노동가치와 경제구조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동시에 기술 발전이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고 공동체 회복과 인간 중심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노동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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