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뉴스가 너무 많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090801560838346a9e4dd7f220867377.jpg&nmt=30)
느닷없는 소식에 처음엔 당연히 충격을 받지만 그 충격은 곧 피로감으로 바뀝니다. 스마트폰을 열 때마다 그의 사망에 얽힌 뒷얘기 같은 것들이 계속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실이 이토록 반복해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는 환경에서 그런 뉴스가 있는 하루는 피곤해집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이런 뉴스도 있었습니다. 2023년 3월 23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사육장을 탈출한 얼룩말 한 마리가 근처 구의동 중곡동의 주택가를 활보하고 있다는 겁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택가에서 얼룩말을 마주한 시민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포함해 방송 등 온갖 매체들이 얼룩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전했습니다. 마치 얼룩말을 CCTV로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많은 플랫폼들이 중계했습니다. 결국 얼룩말은 동물원에서 1Km 떨어진 구의동 골목길에서 생포돼 말도 사람도 아무도 다치지 않은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얼룩말 한 마리가 그렇게 다양한 경로로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상황이 정리된 후에도 얼룩말 뒷얘기가 한동안 이어졌는데 이 모든 얘기가 불과 네 시간도 안 된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얼룩말의 위치와 속사정을 그토록 자세히 알아야만 했을까요.
알다시피 요즘은 방송, 신문 같은 전통 매체만 뉴스를 전하는 게 아닙니다. 포털, 소셜미디어, 옥외 전광판, 엘리베이터나 시내버스 같은 데 설치된 모니터에도 뉴스는 시도때도 없이 전해집니다. 일부러 차단하지 않으면 뉴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찾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수요와 상관없이 뉴스의 무차별한 공급이 일상화된 시대입니다. 어떤 뉴스를 볼지, 제목만 보고 넘길지 내용을 끝까지 읽을지, 뉴스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내가 보고싶을 때만 뉴스를 볼 수는 없을까요. 제일 쉬운 방법은 종이신문입니다. 신문은 자기가 먼저 말을 걸지 않습니다. 보라고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내 손으로 펼치기 전까지는 그저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펼친 뒤에도 어떤 기사를 볼지, 끝까지 다 읽을지를 정하는 건 오직 나 자신입니다.
보고 싶지 않은 뉴스는 그냥 넘겨버리면 그만입니다. 붙잡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넘겨버린 페이지들처럼 내 삶도 가끔은 그저 조용히, 모르는 채 지나가도 괜찮은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이며 공격적인 매체가 넘쳐나는 요즘, 옛날 매체의 무심함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