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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뉴스가 너무 많아

입력 2025-07-09 08:02

[신형범의 千글자]...뉴스가 너무 많아
알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알게 되는 소식이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의 사망 또는 사생활, 엽기적 범죄자의 신상, 정치적 갈등 같은 뉴스가 대표적인데 매체는 물론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까지 시간에 상관없이 거의 폭력적으로 노출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젊고 예쁘고 인기도 많은 연예인이 갑자기 사망했다고 칩시다. 애도기사, 과거 행적, 추모영상, 뉴스클립, 네티즌 반응 등 갖가지 소식들이 ‘뉴스’라는 이름으로 줄줄이 전해집니다.

느닷없는 소식에 처음엔 당연히 충격을 받지만 그 충격은 곧 피로감으로 바뀝니다. 스마트폰을 열 때마다 그의 사망에 얽힌 뒷얘기 같은 것들이 계속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실이 이토록 반복해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는 환경에서 그런 뉴스가 있는 하루는 피곤해집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이런 뉴스도 있었습니다. 2023년 3월 23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사육장을 탈출한 얼룩말 한 마리가 근처 구의동 중곡동의 주택가를 활보하고 있다는 겁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택가에서 얼룩말을 마주한 시민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포함해 방송 등 온갖 매체들이 얼룩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전했습니다. 마치 얼룩말을 CCTV로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많은 플랫폼들이 중계했습니다. 결국 얼룩말은 동물원에서 1Km 떨어진 구의동 골목길에서 생포돼 말도 사람도 아무도 다치지 않은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얼룩말 한 마리가 그렇게 다양한 경로로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상황이 정리된 후에도 얼룩말 뒷얘기가 한동안 이어졌는데 이 모든 얘기가 불과 네 시간도 안 된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얼룩말의 위치와 속사정을 그토록 자세히 알아야만 했을까요.

알다시피 요즘은 방송, 신문 같은 전통 매체만 뉴스를 전하는 게 아닙니다. 포털, 소셜미디어, 옥외 전광판, 엘리베이터나 시내버스 같은 데 설치된 모니터에도 뉴스는 시도때도 없이 전해집니다. 일부러 차단하지 않으면 뉴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찾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수요와 상관없이 뉴스의 무차별한 공급이 일상화된 시대입니다. 어떤 뉴스를 볼지, 제목만 보고 넘길지 내용을 끝까지 읽을지, 뉴스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내가 보고싶을 때만 뉴스를 볼 수는 없을까요. 제일 쉬운 방법은 종이신문입니다. 신문은 자기가 먼저 말을 걸지 않습니다. 보라고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내 손으로 펼치기 전까지는 그저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펼친 뒤에도 어떤 기사를 볼지, 끝까지 다 읽을지를 정하는 건 오직 나 자신입니다.

보고 싶지 않은 뉴스는 그냥 넘겨버리면 그만입니다. 붙잡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넘겨버린 페이지들처럼 내 삶도 가끔은 그저 조용히, 모르는 채 지나가도 괜찮은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이며 공격적인 매체가 넘쳐나는 요즘, 옛날 매체의 무심함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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