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후 미조치는 도로교통법상 엄연한 범죄다. 교통사고를 유발한 운전자가 피해자 구호, 경찰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거나 사망한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훨씬 무거워진다.
문제는 경미한 접촉이거나 운전자가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도, 수사기관은 일단 ‘현장 이탈’을 근거로 뺑소니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분쟁에서는 ‘운전자가 사고를 인식했는지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 된다. 따라서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인지 여부다. 운전자가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려면 단순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충격이 너무 미미했거나, 주행 소음 등으로 인해 접촉을 인지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블랙박스 영상, CCTV, 차량 파손 상태 등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인지 가능성을 광범위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없이는 오히려 불리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특히 사고 당시 운전자는 충격을 느끼지 못했지만 나중에 피해 차량 운전자가 접촉 사실을 주장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경우라면 말 뿐인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증거 자료를 통해 사고 인지 가능성을 적극 반박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실관계 정리도 중요하다. 운전 당시 상황(방향, 속도, 주변 환경), 접촉 당시의 느낌 등을 일관되게 진술해야 하며, 가능하면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진술서 또는 의견서 형태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좋다. 조사 과정에서 진술이 흔들릴 경우 방어 논리 전체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도 수사기관 판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해자가 경미한 사고였음을 인정하거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 사건 처리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책임을 면제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형사 절차에서는 여전히 증거 중심의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
법무법인YK 천안분사무소 김규민 변호사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중대한 형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인식 여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이를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초기 진술부터 수사 대응, 증거 확보까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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