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범의 시작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일상의 장면을 기록하고 투명하게 서술하려 했다. 그러나 곡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관찰과 개입 사이의 거리를 조율하지 못하며 자신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음악 속으로 스며들었다. 산만한시선은 “사실적인 장면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은 불가능했고, 기록만으로도 노래가 되지 않았다. 동시에 우리 개인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다”며, 흩어진 시선과 경험들을 모아 ‘언젠가 우리가 살았던 날들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로서 노래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은 산만한시선이 스스로 “실패한 다큐멘터리”라 부르는 작품이다. 관찰자의 기록에서 시작해 결국 자신들의 방과 삶으로 귀결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실패라 명명했지만, 이는 곧 성장의 과정이기도 했다. 두 멤버는 서로의 창작물을 주고받으며 날카롭게 비평했고, 포크와 블루스가 어우러진 새로운 사운드를 완성했다. 여리고 서정적인 포크뿐 아니라 기존 EP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블루지한 색채가 앨범의 중심을 채우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김민기의 음악과 태도에 큰 영향을 받았던 서림은 “김민기는 나에게 어른의 상(像)이었다. 이제는 그런 음악을 만들겠다는 것도 포기했지만, 여전히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고백했다. 또한 송재원은 한국 블루스 뮤지션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앨범에서 영감을 받으며 자신만의 블루스 해석을 시도했고, 이는 산만한시선의 음악적 확장으로 이어졌다.
앨범은 서정적인 포크로 시작해 점차 변화된 음악 세계를 보여주며, 마지막 곡 ‘노래’에서 첫 EP의 시작곡 ‘노래가 되면 예쁠 거야’와 다시 이어진다. ‘차이나타운’에서 ‘아는 여자’로, ‘튀밥을 먹는 아저씨’에서 ‘개의 심장’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하나의 큰 이야기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음악평론가 김학선은 《산만한시선 2》를 두고 “실패한 다큐멘터리라 불리지만, 실패 속에서 성장의 길을 찾았다. 무엇보다 이 앨범에는 단 하나도 대충 만든 노래가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멤버들은 “16곡을 만드는 동안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신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