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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대학가 AI부정행위의 본질

입력 2025-12-03 08:43

[신형범의 千글자]...대학가 AI부정행위의 본질
지난 주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올 들어 두 번째 송년모임입니다. 12월이 되면 장소 잡기도 어렵고 성수기를 적용한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11월 중에 모임을 갖자는 게 모임을 주도한 친구의 강력한 주장이었습니다. 친구들 대부분이 양처럼 순하고 고분고분한 성격이라 누구 하나가 강하게 주장하면 군말 없이 순순히 따르는 편입니다.

그렇게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 보니 근황을 주고받고 우리 나이에 건강문제는 빼 놓을 수 없는 주제라 각자가 아는 비법을 공유하며 경조사 얘기로 안부를 묻고 전하면서 동기 중에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도 둘이나 있다며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 얘기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독일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친구는 AI가 일상 곳곳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는데 AI를 이용한 부정행위 가능성을 열어 둔 교수들을 비난했습니다. AI를 제대로 활용해 본 교수라면 절대 문제를 그런 식으로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흥분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학생들의 AI활용 능력을 절대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친구는 조금만 AI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학교측과 교수의 시대착오성과 안일함을 지적했습니다. 해당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사고력을 테스트하려면 인간의 순수한 생각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친구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요즘 시대에 사람의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게 과연 남아 있기나 한가,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집에 오면서 생각해 보니 AI를 활용하되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보는 사고의 흐름을 평가하거나 과제를 제출한 후 발표와 토론, 구술시험 등으로 대면 검증하는 식으로 평가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AI를 학습도구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동시에 AI와 함께 만든 결과물에 대한 표절이나 부정행위의 기준을 새롭게 규정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습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얼마 전 한 강연에서 “이제 글은 믿을 수 없으니 말하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는 시기가 빨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정 교수는 “웬만한 글은 이제 AI가 더 잘 쓰니까 앞으로는 글쓰기보다 이야기를 얼마나 더 잘하느냐가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논의의 초점을 AI를 활용하는 것에 두었지만 그럼에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AI를 부정하게 이용해서라도 성과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학생들의 초라한 윤리의식입니다. 국가의 위상에 비해 인권감수성, 평등의식이 낮은 편인 한국은 AI의 활용이나 기술 측면의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AI 윤리의식은 여전히 천박합니다. 이 역시 출발선이나 과정의 공정함에 대한 시민의식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대학가 ‘AI 부정행위’ 문제가 인공지능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평가방식 문제로 축소, 변질되는 흐름에 내가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던 건 이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어 삶의 주도권을 AI에 넘겨주는 건 결과적으로 SF영화가 보여 주는 디스토피아의 길을 걷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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