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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노래, 좀 못하면 어때

입력 2025-12-02 08:18

[신형범의 千글자]...노래, 좀 못하면 어때
운전하면서 주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고정해 놓고 듣습니다. 요즘 음악프로그램은 유명한 셀럽 진행자가 이런저런 게스트들을 초대해 웃고 떠들고 새 작품을 홍보하느라 음악은 뒷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클래식 음악을 듣자니 잘 모르고 지루합니다. 그럴 때 적당한 방송이 CBS입니다. 타 방송사에 비해 소박하고 본업(?)에 충실한 편입니다.

아주 독특한 노래 한 곡이 흘러나왔습니다. 화려한 연주나 반주 없이 피아노 하나만, 그것도 들릴락 말락 아주 작고 조용해서 노래를 넘어서지 못해 마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노래를 잘하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분명 프로페셔널 가수가 아닌 아마추어가 부르는데 음정은 불안하고 목소리는 떨립니다. 결코 잘 부르는 노래가 아닙니다. 그런데 묘하게 가슴에 콕 하고 박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방송을 보면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가수는 당연하고 연기자도 화가도 심지어 일반인도 노래 잘하는 사람들은 어느 자리에나 꼭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래 부르고 심사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사람들은 완숙한 기술에 충분한 연습까지 더해져 프로가수 뺨칠 정도입니다. 그런데 재능과 기술은 완벽한데 기술에 가려 노래가 듣는 이들 가슴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자기 소리와 기술에 취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반면 라디오에서 들은 노래처럼 가끔 음치의 노래가 진짜 마음을 울리는 건 색다른 경험입니다. 노랫말이 그대로 들어오는 건 음정과 박자를 놓쳐도 가사와 노래가 품고 있는 정서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학문적으로는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선 진정성과 감정전이 때문입니다. 기교가 부족한 것은 오히려 ‘꾸밈없음’과 불완전함이 주는 인간미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듣는 사람은 노래의 완성도보다는 노래하는 사람이 노래하는 목적이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는 겁니다.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완벽함보다는 실수를 바탕으로 더 많이 배웁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마음을 전할까 고민하는 건 결국 진정성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허투루 하지 않는 철저함과 대충 마무리 짓지 않는 투철함에 담긴 진심입니다. 그런 마음은 무엇이든 뚫고 듣고 보는 사람의 가슴으로 전달됩니다. 참, 처음 언급한 노래는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음악을 맡았던 노영심이 만들고 주인공 손예진이 부른 《고마워》라는 곡입니다.

너에게 나 너무너무 많은 얘길 했나 봐 / 나도 모르는 내 속의 끝없는 욕심의 말들 /
내 마음이 앞서 내가 말을 앞서 숨이 차 / 그래도 남아 있는 것 같아 /

왠지 해도해도 내 맘 알아줄 것 같지 않아서 / 자꾸 겹겹이 칠하다 덧나기만 하는 상처 /
차라리 그것보단 모자란 게 나아 / 그래도 꼭 하고 싶은 이 말 /

고마워 정말 너에게 /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
너무 많이 돌아와 잊고 있었던 말 / 정말 고마워 /

고마워 정말 너에게 /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
미안한 그만큼 미뤄둘 그만큼 / 정말 고마워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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