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자료 산정은 감정의 크기를 재는 것이 아니라 잘못의 정도를 비교하는 과정이다. 억울했던 마음을 풀기 위해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유책 여부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위자료가 인정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외도·폭행·악의적 유기 등 혼인관계를 명백히 침해한 경우다. 그러나 단순한 불만, 성격차이, 반복된 말다툼만으로는 위자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법원은 구체적 행위인 ▲배신 ▲폭행 ▲경제적 통제 ▲상습적 욕설 ▲무단 가출 등이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사실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할 수 있어야 위자료 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문자 대화, 진술 녹취, 폭행 진단서, 신용카드 사용내역, 별거 기간 기록 등은 모두 판단 재료가 된다. 상대방의 잘못을 말로만 설명하는 것과 자료로 보여주는 것은 결과가 크게 다르다. 위자료는 사실을 기록한 사람이 가져가고, 감정만 남긴 사람은 손에 쥘 것이 없다.
위자료 액수는 일률적이지 않다. 외도의 기간과 반복성, 폭행의 정도, 심리적 훼손, 사회적 명예 실추 등 다양한 요소가 더해져 산정된다. 유책 사유가 명확하더라도 혼인기간이 짧거나 피해가 경미하면 위자료는 낮게 책정될 수 있으며, 반대로 긴 기간 누적된 갈등과 악의성이 드러난다면 금액은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여기에 당사자의 경제력은 참고요소일 뿐,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위자료가 자동 상승하지는 않는다. 법원은 ‘돈을 얼마나 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상처를 남겼는가’를 기준으로 한다.
위자료 소송에서 간과되기 쉬운 부분은 상대방만 유책배우자가 되어야 한다는 착각이다. 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쪽에도 갈등 유발 요인이 있었는지 역시 검토된다. 예를 들어 외도는 있었지만 오랜 기간 비난·방치·폭언이 상대방에게 먼저 존재했다면 위자료 액수는 줄어들거나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법은 ‘한쪽의 일방적 피해’로 단순화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하는 것보다 상대의 책임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위자료는 분노의 보상이 아닌, 책임의 결과다.
도움말 : 법무법인(유한) 안팍 장현수 이혼전문변호사
김신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