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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입력 2026-02-19 07:56

[신형범의 千글자]...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적당한 높이의 담과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간격의 중요성을 은유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입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이주한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뉴잉글랜드의 농장에서 몇 년 동안 전원생활을 한 적 있습니다. 봄이 되면 담 너머 이웃과 서로의 담장 쪽을 걸으면서 자기 편으로 떨어진 돌을 주워 올리며 경계를 확인했습니다. 겨울에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무너진 돌을 다시 쌓는 작업입니다.

이 단순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쓴 시 《담장을 고치며 Mending Wall》가 영국에서 출간한 시집 《North of Boston》에 실려 유명해졌습니다. 쉽고 평이한 언어로 쓰였는데 다양하면서 깊은 의미를 함축해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됩니다. 특히 1차세계대전과 냉전시대, 베를린장벽 등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연계해 인용되면서 유명세가 올라갔습니다.

시의 내용만 보면 나처럼 메마른 사람은 경계를 확실히 해서 분쟁을 없애는 게 서로에게 좋다는 얘기로 읽힙니다. 담을 쌓기 전에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막을지 미리 생각해 보는 합리적 계산도 깔려 있는 것 같고 과정을 보면 담을 없애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담 너머 이웃은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담은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라는 점에서 보면 구분과 격리, 단절을 의미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의 관계에서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게 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 협력과 소통의 통로라는 문(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양면성은 이웃뿐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 국가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어제 근처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교회 어르신 한 분과 점심을 먹으면서 공동체 생활의 이모저모를 들으면서 ‘좋은 담장’이 떠올랐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마을을 이루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장벽과 어려움들이 일상의 발목을 잡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습니다.

아예 담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너무 높으면 소통이 막히고 너무 낮으면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담장의 높이도 중요하지만 서로 간의 기대치에 대한 높낮이를 맞추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불필요한 담은 높이를 낮추고 존중과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담은 넘지 않는 것입니다.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를 인정할 때 같이 성장하는 좋은 이웃이 될 수 있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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