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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공항이 주인공이 되면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7-06 08:19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공항이 주인공이 되면
2004년 개봉한 《터미널》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독특한 영화입니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온 남자(톰 행크스)는 뉴욕 JFK공항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입국심사대를 나가기도 전에 들려 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 그가 미국으로 날아오는 동안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났고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돼버렸습니다. 국가가 사라졌으니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남자에게 그때부터 JFK공항은 집이자 생활공간이며 나라가 됐습니다. 잠시 머무르지만 누구라도 반드시 떠나야 하는 공항이라는 공간이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최근에 인천공항에 갈 일이 많았습니다. 언니와 함께 가는 일본 여행에 나선 아내와 수시로 중국에 출장 가는 아들을 배웅하고 마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떠나고 돌아오는 건 아내와 아들인데 집에서 공항까지 왔다갔다하는 건 시간이 많은 나의 몫이 돼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공항은 좀 특이한 공간입니다. 떠나는 사람도 도착한 사람도 세상의 시간이 일시적으로 멈춘 것 같은데 사실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역설의 공간. 출국장 안쪽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기대감으로 설레는 한편 바깥쪽에는 등 뒤에 남겨진 이들에 대한 아쉬움과 공허가 교차합니다.

키오스크, 안면인식 시스템 같은 최첨단 기술이 구현해 내는 효율의 극치를 경험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기다리고 지연되는 원시적 감정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여권과 수하물로 나의 신원을 확인하고 존재를 인정받는 과정에서 정보망은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합니다. 하지만 그 연결은 일시적으로 머물렀다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그러면서 국경의 벽이 허물어지는 곳, 그래서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아닌 경계가 불확실해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 즉 출국장의 작별과 입국장의 환대가 사실은 서로의 부재를 확인하는 동일한 감정의 양면입니다. 공항은 떠나기 위한 곳이 아니라 돌아올 곳을 확인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나의 자리와 일상을 지키고 있는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기 위해 낯선 곳으로의 긴장과 설렘을 잠시 맛보게 하는 공간.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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