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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너는 누구에게 말랑이였나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7-09 07:48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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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이, 왁뿌볼, 키캡키링… 요즘 인기를 끄는 촉감완구들입니다. 촉감완구는 손으로 만지고 주무르면서 다양한 형태와 질감을 느끼게 해 영유아들의 감각기능을 돕는 장난감입니다. 그런 촉감완구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더니 급기야 2030세대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말랑이로 대표되는 쫀득볼은 최근 몇 달 사이 시장이 4~5배 커졌습니다. 퍼티, 슬라임, 스퀴시 같은 완구들도 덩달아 수요가 늘었습니다. 어른들까지 쇼핑에 합류하면서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는 말랑이와 왁뿌볼의 성지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요즘 어른들한테 촉감완구는 작은 사치이자 일상 속 힐링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직관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데다 휴대하기 편하고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거들었습니다.

소비심리와 연결해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즉각적인 만족감과 스트레스 해소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틱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ASMR 영상, 언박싱 컨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촉감과 소리를 함께 느끼는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유행하게 된 것으로 보는 관점이지요.

그러나 대부분 일회성으로 소비되고 폐기되는 운명이지만 단순히 철없는 유행으로만 치부하기엔 어딘가 애잔한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일 화면을 들여다봅니다. 쇼츠를 넘기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손은 쉬지 않고 움직이지만 정작 손끝으로 세상을 느낄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본능적인 반작용으로 가장 원초적인 감각을 그리워하는 것 아닐까요.

평생직장은 옛일이 되었고 관계는 느슨해졌으며 정답 없는 선택들은 늘어갑니다. 반면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진 자리에 매번 새로 증명해야 하는 불안이 자리잡았고 느슨해진 관계는 편리한 만큼 쉽게 끊어집니다.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건 곧 실패의 책임도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손 안의 말랑한 것들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맞서 굳어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되돌리기 위해서. 그런 의미에서 말랑이를 함부로 비웃지 못하겠습니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냐’고 묻는다면 답을 못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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