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현재,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는 단연 '효율'과 '비용 절감'이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으며, 경기 둔화의 파고 속에서 적지 않은 기업이 위기 극복의 최우선 카드로 '인력 감축'을 꺼내 든다. 인건비는 단순한 통제 비용으로, 직원은 재무제표상의 숫자로 치환된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경영자들이 있다. 사람에게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사람의 잠재력에 미래를 거는 이들이다. 세간은 이들을 향해 '미쳤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 무모해 보이던 '미친 선택'들이 결국 기업을 더 멀리, 그리고 더 오랫동안 생존하게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 누가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가…상식을 거스른 사람들
과거 방영된 KBS 1TV 프로그램 <사장님이 美쳤어요>가 주목한 이들이 바로 이러한 기업가들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제목의 '미'를 '아름다울 미(美)'로 차용했다. 상식을 벗어났다는 비아냥이 아니라, '아름답게 미쳤다'는 최고의 찬사를 제목 한 글자에 함축한 것이다.
방송에 등장한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확고한 공통점이 있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직원 복지에 파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는 점이다. 기존의 낡은 경영 상식에 비추어 보면 혀를 내두를 법한 파격적인 행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준 '미침'의 지향점은 한결같이 '사람'을 향해 있었다.
◆ 그 미침은 무엇을 남겼는가…유일한에서 열다섯 명의 회사까지
이러한 철학을 가진 경영자는 멀리 있지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도 아니다. 유한양행의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일제강점기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분배하는 종업원지주제(ESOP)를 국내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나아가 혈연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했으며, 평생을 바쳐 일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피땀 흘려 키운 회사를 왜 남에게 넘기느냐"는 질타를 받았던 그의 선택은 과연 무엇을 남겼는가.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유한양행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모범 기업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이는 훌륭한 위인만의 거창한 서사가 아니다. 직원 15명 남짓의 소규모 기업인 'HY툴링'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경영자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의 현실 속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해당 대표는 모든 경영 판단의 최우선 순위에 '직원'을 두었다. 철저히 직원의 입장에서 필요한 지원을 구상했고, 그들의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았으며, 대기업 수준의 파격적인 복지 제도를 과감히 도입했다. 이에 직원들은 압도적인 몰입도와 생산성 향상, 그리고 눈부신 성과로 화답했다. 무엇보다 일터에는 활기가 넘쳤고, 회사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 미친 선택은 어떻게 표준이 되는가…주 5일, 재택근무, 워케이션 그리고 다음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시대를 앞서간 '미친 사람들'에 의해 진일보해 왔다. 주 5일 근무제, 재택근무, 워케이션(Worcation) 등 현재 당연하게 여겨지는 제도들 역시 도입 초기에는 비효율적이고 몽상적인 발상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들은 노동 시장의 굳건한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도입이 논의되는 '주 4일 근무제'를 두고도 누군가는 "미친 짓"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미래의 새로운 표준은 바로 그곳에서 태동할지 모른다. 시대를 혁신한 이들은 기존 질서에 순응한 자들이 아니라, 파격적인 새 기준을 던진 선구자들이었다. 그들이 던진 본질적인 질문은 늘 동일했다.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무조건적인 비용 삭감인가, 아니면 사람의 잠재력에 대한 투자인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것만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그러나 진정한 혁신은 차가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방식에서 출발한다. 구성원의 성장이 곧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며, 그 경쟁력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에 더 많은 '미친 경영자'가 필요한 이유다. 눈앞의 단기 실적에 급급하기보다 사람과 미래의 가치에 과감히 베팅하는 리더, 당연하게 여겨지는 관행에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리더 말이다.
'사장님이 美쳤어요.' 이제 이 문장은 더 이상 세간의 조롱이 아닌, 경영자를 향한 최고의 헌사다. 아름답게 미친 사장은 곧 시대를 바꾸는 혁신가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의 일터에는 '아름답게 미친 경영자'가 존재하고 있는가.
bjlee@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