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최근처럼 전세 시세가 내려가고 관련 시장의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기존보다 낮은 금액으로만 계약이 가능한 최근에는 집주인이 부족한 차액을 마련하지 못해 보증금 반환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세 약정이 만기 되었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면, 임차인은 일단 법원에 전세보증금반환 청구를 진행해보아야 한다. 실제 집주인에게 반환 의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사안에서는 본소를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지급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임대인의 태도에 따라서는 지급명령 절차를 활용해 신속하게 법원의 판결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지급명령은 말 그대로 법원에게 전세금에 대한 지급 명령을 요하는 절차이며, 만약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신속하게 소송의 판결과 동일한 집행권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판결 또는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집주인 명의의 부동산뿐 아니라, 예금, 급여 등 확인되는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진행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여기 중요한 것은 승소 자체가 아니라 실제 집행이 가능한 재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실제 아무리 승소 판결을 통해 집행권원을 확보해도 상대방 소유의 재산이 확인되지 않아 실질적인 집행을 진행하지 못한다면? 단순히 권한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만 남을 뿐, 실질적인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이러한 절차상의 한계는 전세사기 사건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세사기 사건 역시 민사소송을 통해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고 승소할 경우, 집행권원을 얻는데 까지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보증금 회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전세 계약의 목적이 되는 부동산 대부분이 처음부터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무갭투자이다. 이런 무갭투자는 쉽게 말해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이 없는 경우를 뜻하는데, 가령, 매매 시세가 3억 원인 주택을 매수하면서 본인 자금은 거의 투입하지 않고 세입자로부터 받은 3억의 전세보증금만으로 매입한 사안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이런 매물들이 경우 경매에서도 유찰이 이뤄지기 일쑤이다. 경락자는 경매 대금을 모두 치루더라도, 전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못한다면 목적물을 사용 수익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부르게 응찰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피해 임차인은 전셋집에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전세사기 사건에 당한 임차인이라면, 민사절차만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법적 조치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계약 체결 당시부터 집주인이 반환 능력이 없음에도 약정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지급받았다면 사기죄 성립 여부를 검토하여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집주인 명의의 다른 부동산이나 예금 또는 은행과 같은 제3자에 대한 채권 등에 대한 조사하여 강제집행 대상을 확대하는 식의 대응을 펼쳐야 한다.
뿐만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임대인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한 보전처분을 우선하여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전세보증금 반환에 대한 문제는 당사자가 처한 각기 다른 사안에 맞춰 법률적 대응 방법을 강구할 수 있어야 하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실제 다수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건들을 대리하여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경험을 갖고 있는 하재섭 변호사는 “상황에 맞지 않게 섣불리 대응할 경우, 상대방에게 수(手)를 노출시켜 대응의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라고 말하며, 전세 미반환 분쟁에 첫 대응을 시작하는 과정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bp_kmh@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