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포토에세이]...인형뽑기 고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030840310394246a9e4dd7f220867377.jpg&nmt=30)
《천글자 일기》 독자들 중에는 아마 이들 중 아는 데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홍대 근처에서 요즘 핫한 인형뽑기 매장입니다. 정해진 금액을 넣고 크레인의 위치를 조작해서 인형을 게임기 밖으로 끄집어내는 아주 간단한 게임이지만 생각보다 쉽진 않습니다.
영어권에서는 Claw machine 또는 Claw crane 등으로 부르는데 191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1920년대에 붐을 이뤘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형태의 인형뽑기는 일본의 게임회사 타이토가 1965년 ‘크레인602’라는 기계를 만든 게 시초입니다.
일본 오사카의 덴덴타운은 매장들이 집중해 있는 인형뽑기의 성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매니아층을 겨냥한 피규어 같은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유명 오락실 체인인 아도어즈는 아키하바라에 전문 인형뽑기센터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인형뽑기 기계는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은 2015년까지만 해도 기계 한두 대 놓고 심심풀이 삼아 영업하는 소규모 영업이 대부분이고 정식 ‘인형뽑기방’으로 등록된 곳은 20곳 남짓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6년 500곳, 2017년에는 무려 1200개에 이를 정도로 말그대로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지만 ‘인형뽑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기계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적은 돈으로 확실하게 뽑는 게 목표라면 인형의 배치 상태를 먼저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못 오를 나무는 아예 쳐다보지도 말고 선승구전(先勝求戰), 즉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전투에 임하라는 겁니다.
이 밖에도 1천~5천원의 단판 뽑기와 1만원 이상 투자할 각오가 돼 있다면 전략이 달라야 합니다. 장기전이라면 한번에 뽑는 게 아니라 조금씩 상황을 만들어가며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리는 식입니다. 기술도 여러 가지여서 ‘인형탑’ ‘뒤집기’ ‘토네이도’ ‘끌기’ ‘내리기’ 같은 보편적인 기술이 있는가 하면 집게를 빙빙 돌리다가 버튼을 눌러 최적의 각도로 잡는 등의 고급기술을 구사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진짜 고수들은 얼굴이 알려지면 뽑기방 업주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 등록돼 관리 대상이 된다니 참, 딴 세상 얘기 같습니다.
11월입니다. 책상 위 달력을 한 장만 넘기면 바로 12월입니다. 시인 나태주는 11월을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한 해를 정산하기엔 이르지만 마무리를 준비하기엔 괜찮을 것 같습니다. 큰 명절이나 요란한 이벤트도 없어서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한 달 11월, 인형뽑기 같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달래는 것도 괜찮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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