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하지도 않고 질병으로 규정되지는 않는 ‘아건강 상태(Sub-health)’ 인구가 전 세계의 약 75%에 이른다고 보고한다. 이는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으로 최적의 균형에서 벗어난 회색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절대다수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태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만성적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이 회색지대에 놓인 현대인의 삶은 이제 단순한 치료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다 통합적인 관점에서의 관리와 돌봄을 요구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신체와 정서를 함께 고려하는 보완적 접근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로마테라피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향기로운 에센셜 오일이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메디컬 아로마테라피’를 이야기할 때는 단순히 에센셜 오일의 효능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감각적 만족을 넘어, 목적성을 가진 체계적인 접근과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로마 화학과 생리학을 기반으로 한 안전하고 과학적인 활용이 강조되어야 한다.
에센셜 오일은 식물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정교한 화학적 방어 물질이자 고농축 성분이다. 따라서 ‘천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는 천연 유래 성분이라 하더라도 사용 용량, 사용 방식,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부적절한 사용은 오히려 불편감을 유발하거나 예기치 않은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그동안 아로마테라피는 ‘향기’라는 친숙함으로 비교적 쉽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왔다. 바로 그 친숙함 때문에 그 작용 방식과 영향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단순한 향기 경험을 넘어, 보다 성숙하고 책임 있는 사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향기 자극은 후각 경로를 통해 기억·정서를 관장하는 변연계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에 즉각 전달된다. 이로 인해 정서적 반응이나 생리적 상태 변화와 함께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은 아로마테라피가 신체적 환경 조성과 정서적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같은 불면이나 통증이라 하더라도 건강한 사람과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적용하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 특히 기저 질환이 있거나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에서는 임상 사례의 축적과 분석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울 역시 마찬가지다. 욕망의 좌절, 환경적 스트레스, 정서적·영적 문제 등 그 배경에 따라 접근 방식과 선택되는 에센셜 오일은 달라져야 한다. 증상만을 기준으로 효능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같은 증상, 다른 원인’이라는 관점이 중요한 이유다. 이러한 개별성과 맥락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디지털과 AI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온기와 오감을 통한 직접적인 돌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화면 속 정보가 대신할 수 없는 정서적 교감과 오감 경험은 메디컬 아로마테라피가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다.
신체와 심리, 정서의 균형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메디컬 아로마테라피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하나의 실천적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첫째는 안전이다. 에센셜 오일은 적절한 농도로 희석해 사용해야 하며, 임산부·영유아·기저 질환자와 같은 민감군에게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는 윤리다. 누군가의 상태를 단정적으로 ‘치유한다’고 표현하거나 의학적 효과를 보장하는 순간 과학과 규제의 경계를 넘기 쉽다. 아로마테라피는 의료 행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 역할로 이해되어야 하며 모든 판단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과학적 접근이다. 인체의 생리와 병리 기전, 에센셜 오일의 화학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될 때, 아로마테라피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활용 도구가 된다.
이러한 철학을 교육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는 곳이 바로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의 ‘국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전문가 과정’이다. 이 과정은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사고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책임 있는 아로마테라피 실천을 목표로 한다. 아건강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아로마테라피 역시 감각을 넘어 전문성과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필자 소개] 노영채 박사는 차의과학대학교에서 에센셜 오일을 활용한 균 억제 연구로 의학박사(통합의학)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물리학(학·석사), 원광디지털대 한방건강학(학사)을 전공하며 동서양 의학과 기초과학을 아우르는 학문적 토대를 쌓았다. 차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 ‘국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전문가 과정’ 책임강사로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국제메디컬아로마테라피협회(IMAA) 회장 및 아로마 아카데미 운향(雲香) 대표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Hello, 아로마테라피’, ‘아로마 화학 이야기’, ‘아로마테라피와 생리학’ 등이 있다.
[비욘드포스트 유병철 CP / new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