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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주니어 비켜라, 시니어 전성시대?

입력 2026-02-06 08:33

[신형범의 千글자]...주니어 비켜라, 시니어 전성시대?
공장자동화(FA)에서 이미 경험한 것처럼 로봇은 반복적이며 힘들고 정밀한 공정에서 인간을 완전히 밀어냈습니다. 인공지능(AI)도 로봇처럼 노동시장에서 약자를 우선적으로 무너뜨릴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먼저 일어나고 있는 곳은 ‘블루칼라’ 업종이 아니라 변호사, 회계사, 경영컨설턴트, 금융애널리스트, 프로그램개발자 같은 ‘고소득 전문직’입니다.

사건 기록을 보고 고소장을 작성하거나 판례 검색, 규칙에 따라 데이터를 정리, 분석하는 회계업무, 초보적인 코딩 같은 과거 주니어 몇 명이 들러붙어서 하던 업무를 이제는 시니어 한 명이 AI를 이용하면 훨씬 빠르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교육과 복리후생 등 ‘유지비’가 많이 드는 주니어를 채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심지어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의사 역시 안전한 직업이 아닙니다. 엑스레이 판독 등 영상판독에선 이미 AI가 의사보다 정확하다는 평가가 많고 빅테크들은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헬스AI’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타주에선 의사 대신 AI가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더니 인간의사의 처방과 99% 일치했다는 사례가 보고됐고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AI가 의사보다 공감능력이 낫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전문직 내부의 권력구조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시니어들은 입장이 애매했습니다. 실무는 주니어가 다 하고 의사결정은 C-레벨에서 이루어지니까 시니어는 중간에서 책임만 지는 존재였습니다. 연봉은 높은데 생산성은 떨어져 늘 구조조정 1순위였습니다. 하지만 AI시대에는 이런 공식이 깨졌습니다.

‘손발’ 역할은 AI가 하고 그 결과물 중에서 어떤 선택이 현실적인지, 위험요소는 없는지, 데이터와 숫자 뒤에 가려진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경험이 없으면 길러질 수 없습니다. 실패를 겪어보고 잠재해 있는 위기를 꿰뚫어보고 문제의 끝까지 가 본 사람만이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려했던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로펌, 회계법인, 컨설팅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바람에 시니어들이 다시 업무의 중심으로 등장했습니다. 한때 후배들에게 치이던 시니어들이 이제는 AI로 무장하고 조직의 핵심이 된 것입니다.

결국 AI시대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육체적, 지적 노동은 얼마든지 대체할 순 있지만 인간의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개미처럼 일하던 주니어의 시대는 가고 방향을 결정하고 판단을 내리는 시니어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흘러 시니어들이 은퇴할 경우 그 자리를 메울 주니어들을 키울 사다리가 사라지는 것은 숙제로 남습니다만.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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