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주니어 비켜라, 시니어 전성시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060833120253246a9e4dd7f220867377.jpg&nmt=30)
사건 기록을 보고 고소장을 작성하거나 판례 검색, 규칙에 따라 데이터를 정리, 분석하는 회계업무, 초보적인 코딩 같은 과거 주니어 몇 명이 들러붙어서 하던 업무를 이제는 시니어 한 명이 AI를 이용하면 훨씬 빠르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교육과 복리후생 등 ‘유지비’가 많이 드는 주니어를 채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심지어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의사 역시 안전한 직업이 아닙니다. 엑스레이 판독 등 영상판독에선 이미 AI가 의사보다 정확하다는 평가가 많고 빅테크들은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헬스AI’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타주에선 의사 대신 AI가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더니 인간의사의 처방과 99% 일치했다는 사례가 보고됐고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AI가 의사보다 공감능력이 낫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전문직 내부의 권력구조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시니어들은 입장이 애매했습니다. 실무는 주니어가 다 하고 의사결정은 C-레벨에서 이루어지니까 시니어는 중간에서 책임만 지는 존재였습니다. 연봉은 높은데 생산성은 떨어져 늘 구조조정 1순위였습니다. 하지만 AI시대에는 이런 공식이 깨졌습니다.
‘손발’ 역할은 AI가 하고 그 결과물 중에서 어떤 선택이 현실적인지, 위험요소는 없는지, 데이터와 숫자 뒤에 가려진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경험이 없으면 길러질 수 없습니다. 실패를 겪어보고 잠재해 있는 위기를 꿰뚫어보고 문제의 끝까지 가 본 사람만이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려했던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로펌, 회계법인, 컨설팅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바람에 시니어들이 다시 업무의 중심으로 등장했습니다. 한때 후배들에게 치이던 시니어들이 이제는 AI로 무장하고 조직의 핵심이 된 것입니다.
결국 AI시대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육체적, 지적 노동은 얼마든지 대체할 순 있지만 인간의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개미처럼 일하던 주니어의 시대는 가고 방향을 결정하고 판단을 내리는 시니어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흘러 시니어들이 은퇴할 경우 그 자리를 메울 주니어들을 키울 사다리가 사라지는 것은 숙제로 남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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