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졸업앨범의 운명](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270806460817946a9e4dd7f220867377.jpg&nmt=30)
당시 ‘마담뚜’들에 가장 인기 있는 정보소스 중 하나가 명문 여자대학교 졸업앨범입니다. 학벌은 검증이 된 데다 미모까지 뛰어난 졸업생을 추리고 앨범에 있는 학과정보와 연락처 등을 통해 가정환경을 알아냅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와 신붓감 집에서 원하는 신랑감 스펙 등을 맞춰 중매를 알선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입니다.
그런데 요즘 대학가는 졸업앨범의 인기가 뚝 떨어졌습니다. 엊그제 졸업식을 가진 고려대는 졸업앨범 판매가 350권 정도로 전체 졸업생 수의 10%도 안 되는 숫자입니다. 성균관대는 졸업생의 3.6% 수준인 100권 정도 팔았을 뿐입니다. 이화여대 졸업준비위원회는 졸업앨범 폐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졸업앨범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기존 책자 형태의 효용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휴대폰이나 클라우드에 사진을 쉽게 저장,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크고 보관하기도 귀찮은 앨범이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진 탓입니다. 게다가 판에 박힌 천편일률적 졸업사진은 보는 재미가 없다는 것도 한몫 했습니다.
같은 학번 동기라고 해도 인턴, 해외연수, 취업준비 등으로 휴학이 잦고 졸업 시기가 똑같지 않아 과 동기인데도 모르는 경우도 많고 동기들의 얼굴이 빼곡하게 실린 졸업사진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또 동문이라고 해도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내 사진이 남는 걸 부담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졌습니다. 이는 ‘개인정보’ 이슈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대신 개인적으로 스냅사진 작가를 고용해 교정을 누비면서 자신만의 컨셉트로 추억을 남기는 ‘졸업화보’가 유행입니다. 졸업식 몇 달 전부터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를 뒤져 마음에 드는 작가를 예약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효과는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스냅사진을 찍다 보니 ‘캠퍼스 굿즈’의 인기가 올라갔습니다. 스냅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흔한 꽃다발 대신 학교의 마스코트 같은 ‘학교 굿즈’를 소품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학교 안 기념품숍이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각자의 추억과 개성, 취향이 담긴 졸업화보를 직접 만들다 보니 졸업앨범이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졸업앨범을 구입하지 않는 현상으로 나타났습니다. 내가 아는 한 작가는 자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정할 때 졸업앨범을 펴 놓고 이름을 조합해 만들었다고 했는데 졸업앨범이 없는 요즘 작가들은 이 방법도 써먹지 못하겠네요. 마담뚜는 진작에 사라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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