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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부자가 건강하게 오래 산다

입력 2026-02-26 08:46

[신형범의 千글자]...부자가 건강하게 오래 산다
수명의 절반 정도는 유전자에 의해 이미 결정된다는 얘기를 며칠 전에 썼습니다. 타고난 유전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도 되지만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의 절반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건강은 각자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적 요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 통계를 보면 기대수명은 인종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아시아인이 가장 오래 살아서 평균 84.5세, 백인 77.5세, 흑인 72.8세, 원주민 67.9세순입니다. 영국에선 부자집에서 태어난 아기가 가난한 동네 아기보다 12년 더 오래 산다는 연구도 발표된 적 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2008~2020년 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소득수준에 따른 기대수명 분석’에 따르면 최상위 소득계층이 87.4년으로 최하위 계층보다 7.9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이상 없이 생활하는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집니다. 최상위 계층이 74.9년으로 최하위 계층보다 8.7이나 더 깁니다. 소득수준에 따라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모두 해마다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입니다.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 중 유전적 요인을 제외하면 경제력, 주거환경, 식습관, 사회관계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데 특히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결정적입니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는 큰 병원과 실력 있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의료 여건이 좋은 곳은 90분 이내에 종합병원에 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은 절반 정도만이 90분 이내에 종합병원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30분 이내에 지역응급의료센터에 접근이 가능한 인구비율은 지역별로 100~43%로 격차가 더 큽니다. 이 때문에 소득수준별 응급상황이나 급성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차이가 크게 납니다. 제때 치료를 받았더라면 피할 수 있는 사망률(회피가능사망률)의 경우 최저소득 계층이 최고층보다 1.4배나 높습니다.

부자들은 급성 질환뿐 아니라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비율도 낮습니다. 많이 벌수록 술, 담배를 덜하고 적당한 유산소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과 체중을 관리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중요한 것은 유전적 요인 뿐만 아니라 생활환경과 습관 등을 그대로 물려받아 부모세대의 건강격차가 자녀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보다 아침식사를 하는 비율이 높고 종이신문과 연간 10권 이상의 책을 읽으며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횟수도 많습니다. 아침을 먹으면 폭식을 예방하고 하루 30분 이상 읽으면 사망확률이 줄어들며 가족 간의 유대는 심리적 안정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생활습관도 먹고살기 힘든 이들에겐 사치일 수 있습니다. 의료불평등 못지 않게 경제 양극화를 줄이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건강불평등’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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