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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만나서 같이 뭘 해야 돼?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5-01 08:59

[신형범의 千글자]...만나서 같이 뭘 해야 돼?
사람을 만나면 대화를 나누거나 무슨 활동이든 함께 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을 함께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엔 카페나 스터디카페 같은 데서 일행끼리 대화를 나누지 않고 각자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어폰을 낀 채 서류나 노트북을 펼쳐놓고 있는 모습도 흔합니다. 함께 있지만 각자 자기 일에 집중하는 이른바 ‘바디더블링(Body-doubling)’입니다.

대화 없이 각자의 화면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같은 공간에 있습니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아도 미묘한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이처럼 바디더블링은 같은 공간에서 각자 알아서 일하는 방식입니다. 특별한 상호작용 없이 서로의 존재 자체를 ‘집중하는 도구’로 이용하면서 함께 있지만 간섭하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심리학 개념인 ‘바디더블링 효과’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곁에 존재함으로써 집중력과 책임감,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이론입니다. 상대가 내 일을 도와줄 필요도 없고, 같은 과제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납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혼자 있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대인의 심리적 특성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기존의 ‘카공’과는 결이 좀 다릅니다. ‘카공’이 시험이나 성적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전제로 한다면 바디더블링은 ‘해야 하지만 미루기 쉬운 일’을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서로가 동기부여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산성을 끌어올립니다. 핵심은 ‘감시’가 아니라 ‘존재’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동이 조절되고 옆 사람의 집중하는 모습이 모범처럼 작용합니다. 별다른 규칙이 없어도 몰입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고 대화가 없어도 행동이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같이 있으니까 뭐라도 하게 만드는 자극을 받습니다. 경쟁심 없이 내 페이스 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런 현상은 타인의 존재만으로 행동이 달라지는 ‘사회적 촉진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집중력과 실행력이 올라가는 경향도 관계가 있습니다. 재택근무와 1인가구 증가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완전히 고립되기 보다 ‘같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생활양식이 변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공부에서 일상 업무와 자기관리로 확장되면서 함께 있어야 집중이 잘 된다는 원칙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개인화가 극도로 심화된 시대에 사람들은 다시 함께 있음을 통해 효율을 찾고 있습니다. 관계의 목적도 소통에서 생산성으로 진화, 확장되고 있는 것처럼요.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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