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물가안정에 거시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면, 물가안정은 물론 실물경제 위축 최소화와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변수를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물가안정을 위해선 금리 인상을, 실물경제 위축 최소화와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선 금리 인하라는 수단을 써야 한다. 재정‧통화당국이 골머리를 앓는 이유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2023년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에 대한 소고’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따라서 거시경제정책 운영에 있어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의 회복 못지않게 실물경제의 위축을 최소화하고 금융안정성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정책은 민간의 투자 촉진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출을 확대하되 재정건전성과 대외신인도를 유지함으로써 대외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국제협력 및 국가간 공조를 강화하여 경제안보 확립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승호 선임연구위원 보고서의 요약.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

2023년중 우리나라 실물부문의 경제성장률은 1.7%(한국은행 전망치)로 전망되어 작년의 2.6%(예상치)에 비해 크게 하락하고 코로나19 발생 이후로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러한 성장률 하락은 고물가에 따른 국민 가처분소득의 감소, 고금리 및 부동산 경기침체 등에 따른 소비와 투자의 둔화, 선진국 및 신흥국의 동반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부진 등 대내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국내 물가는 당분간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의 5.1%에서 올해 상반기중 4.2%, 하반기중에는 3.1%를 보이며 하향추세를 보이겠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 대외불확실성 상존
우리 경제에 대한 이러한 비관적 전망은 코로나19 이후 미연준의 통화정책 급변, 미중 무역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 등 대외요인에 주로 기인하는데 금년중에도 이러한 대외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 연준의 급진적인 통화정책은 전세계적 금리 상승세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를 증폭시키면서 우리 경제에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연준은 제로정책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며 경기회복을 도모하였으나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원자재 등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제 곡물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미연준은 초긴축 정책으로 급선회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킨 바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본유출 방지와 통화가치의 안정 등을 위해 미연준과의 통화정책 공조에 나서면서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소비 및 투자가 위축되고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미달러화가 20년 만에 초강세를 보이면서 엔화, 유로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는 물론 신흥국 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인 결과 인플레이션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국내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증가
이러한 대외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적어도 금년 상반기까지 금리의 상승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안정성을 저해하고 경제의 하방리스크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큰 요인으로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상환부담 증가, 기업의 자본조달비용 상승 및 재무건전성 악화, 부동산가격 하락 및 실물경제 둔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국내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22년 3/4분기말 기준 1,871조원(한국은행)으로 GDP의 약 106%에 달하여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한 임계치(80%)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증가속도 면에서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이에 포함되지 않은 부동산에 대한 전세금 등을 포함할 경우 가계부채 수준은 130%로 추정된다.2) 또한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2020년 1/4분기중 2.88%에서 작년 3/4분기중에는 5.15%로 크게 상승하면서 이자상환부담의 증가가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국내 소비 둔화와 성장률 저하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금융취약계층의 부실위험을 더욱 가중시켜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금리상승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가 커지고 비용이 상승하면서 기업부실화로 이어질 위험도 커지고 있다. 그 예로 최근 신용스프레드(신용채권금리–국고채금리)가 장기평균이나 코로나위기 발생 직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대내외 금리의 상승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전반적으로 고조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작년 10월경 발생한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도 이를 반증하는 예라고 생각된다.
또한 최근 적자규모가 크게 늘어난 한전 등 일부 우량기관을 중심으로 특수채와 은행채의 발행 물량이 증가한 결과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급감하고 자금조달의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부채비율은 GDP대비 117%(2021년말 기준) 수준이며 어음부도율도 0.2% 수준에서 유지되는 모습이나 향후 국내 금리의 추가적인 상승으로 국내 소비 및 수출 둔화가 나타나고 경기둔화가 가속화될 경우에는 기업의 재무건전성도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최근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와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가격(전국 실거래가지수 기준)은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중 각각 14.3% 및 16.4% 상승한 바 있으나 2022년 1~10월중에는 7.4% 하락하였다.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금리상승 전망과 시장의 하락 기대감 등으로 부동산가격 하락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가격상승 기대로 비정상적으로 과도히 오른 데다, 향후 금리상승 및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실물경제의 부진 등으로 코로나19 위기 발생 이전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부동산 가격 급락은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크고 차입의 상당 부분이 변동금리 형태를 띠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소비와 건설경기 둔화 및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증권사들은 부동산PF 관련 ABCP 보증에 따른 손실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하방위험이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안정성에도 악순환을 초래하며 그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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