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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에게 준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면, 상호간 합의 입증해야

입력 2023-02-07 15:41

연인에게 준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면, 상호간 합의 입증해야
[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남성 A씨는 2년 간 연인 관계를 이어온 여성 B씨와 술을 마신 뒤 관계를 맺었다. 다음 날 B씨는 술에 만취하여 소위 필름이 끊긴(블랙아웃) 상태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며, A씨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A씨는 "우리는 연인 사이"라며 상호 간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주장했으나, B씨는 이를 전면 부정했다.

많은 이들이 연인끼리 관계를 맺을 때에도 성범죄가 성립하는지 궁금해한다.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A씨는 준강간죄로 처벌받게 될까? 법무법인 더쌤 김광삼 전주형사전문변호사를 만나 A씨의 처벌 여부와 준강간죄 성립 요건에 대해 물었다.

김광삼 변호사는 "우선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성적가치관과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 아무리 가까운 연인 사이나 부부 사이일지라도 성범죄로 처벌받게 된다"며 "관계 전 상호간 합의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위 사례 속 A씨는 준강간죄 혐의를 받고 있다.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강제적 성관계를 처벌하는 '강간죄'와 차이가 있다. 유죄로 인정될 시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으로 상당히 중하게 처벌하는 범죄 중 하나다.

준강간은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을 것, 이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이때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고 있는 상태를, 항거불능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말한다

그러므로 상대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동의 없이 성관계를 맺었다면 준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라면 준강간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른바 '블랙아웃'. 필름이 끊긴 상태도 준강간죄가 규정하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으로 볼 수 있을까?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오르면 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이 영향을 받아 기억을 잃는다. 알코올의 최면 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과 구별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 당시 알코올이 위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참조) 판시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의식상실 상태를 입증하는 것이 처벌에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김광삼 변호사는 "준강간죄 혐의를 받고 있다면 상호간 합의가 있었음을 입증하고,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음주량과 음주 속도, 지나간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 경험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당사자 일방이 주취 등으로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적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사건 전후의 상황, 무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물적 증거를 수집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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