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한 고금리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빚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NICE 평가 정보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채무불이행자는 65만 3141명을 기록해 전년대비 약 7.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만 해도 채무불이행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2023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인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다 보니 법적으로 시끄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사업이나 생계를 위해 대출을 이용하거나, 혹은 개인에게 돈을 빌렸으나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경우, 사기죄 혐의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이들이 개개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 후 큰 손실을 보게 되면 변호사를 찾아와 억울함을 토로하며 형사 고소를 요청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사기죄는 내 자산이 돌아오지 않아 처벌되는 범죄가 아니다.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것은 사기죄가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우선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르면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에게 적용되는 범죄이다. 사기죄가 성립되기 위한 객관적 구성 요건으로는 거짓말, 속임수 등 기망행위로 인해 피기망자가 착오를 일으켜 재산상 처분행위를 할 것, 착오와 기망행위,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것을 요구한다. 즉 이 모든 요건이 충족돼야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의미이다.
사기죄가 성립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때 사기를 통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거하여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일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사기로 인한 피해 금액이 크거나 상습적일 경우에는 가중처벌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기죄는 공소시효가 10년이며 피의자가 해외 도피를 한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되므로 국내에 들어온 즉시 수사가 진행된다.
사기죄와 혼동되기 쉬운 채무불이행이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거래의 관행, 법률의 규정, 계약의 취지,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기준으로 적절한 이행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위법행위와 함께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다.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불이행은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했거나 물품을 공급하는 등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성립될 수 있다. 이때, 민사상 채무불이행이 형사상 사기와 동행하는 개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 두어야 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사기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변제능력, 변제의사, 이자 지급 여부,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 등 여러 제반 사항을 종합하여 판단했을 때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즉, 부정한 의도로 상대방을 기망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기망으로 인하여 실제로 피기망자가 재산을 처분하여 기망자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해야만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자는 채무자가 계약 체결 시점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속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사기죄가 아니라 채무불이행으로 결론 내려지는 경우 형사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단, 민사소송을 통하여 재산을 압류하는 등의 절차를 걸쳐 변제하도록 할 수는 있다. 원칙적으로 채무불이행은 민사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이 아닌 채무 이행을 촉구하는 대여금 반환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결국 사기와 채무불이행의 가장 큰 차이는 기망이다. 처음부터 채무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그런 것처럼 속였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사기죄에 해당한다. 돈을 빌려줬을 경우 변제 계획이나 자금의 용도를 속인 경우도 포함된다. 다만 이 부분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사기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강천규 대표변호사는 “민사상 채무불이행과 형사상 사기죄,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경계가 없어 보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민사 법원이 아닌 수사기관에 사건을 들고 가기 위해서는 기망행위(거짓말)가 있었다는 점과 돈을 빌릴 당시에 갚을 능력과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전문 변호사와 함께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반대로 만약 억울하게 사기죄 피의자가 되었다면 심문 및 조사 과정에서 기망하여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진술에 일관성이 없거나 너무 감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고,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법률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대응하고, 민사적인 절차에 관한 대응 방법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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