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선영 기자] 사모펀드(PEF)가 국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국민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사모펀드는 기업 기배구조 개선을 통한 밸류업을 강조했지만, 국민들은 이들이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와 이데일리가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5%가 사모펀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는 긍정적이라는 응답(21.9%)의 약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 응답자 비율도 60%에 이르렀으며, 긍정적이라는 의견은 19%에 그쳤다.
사모펀드의 주요 전략인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았다. 해당 명분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1.1%로 나타났고, 신뢰한다는 답변은 18.6%에 그쳤다. 국민 여론은 사모펀드가 내세우는 논리가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에 치중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은 최근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개입하며 갈등이 격화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면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고려아연 사례를 비롯해 한진칼과 한국앤컴퍼니, 금호석유화학 등 곳곳에서 사모펀드 개입으로 경영권 갈등이 심화됐다. 특히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면서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다.
설문에 따르면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 기업가치 하락과 장기 성장성 훼손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60.5%로 나타났다. 또한, 기술 유출 및 해외 매각 가능성을 우려하는 비율은 64.8%에 달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단기간에 올려 매각하는 구조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인수 기업의 핵심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과도한 비용 절감 등의 논란이 매번 불거지고 있다.
특히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는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인수 시도라는 점에서 국민적 우려가 심화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모펀드의 순기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 자본을 활용한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며 기업회생을 돕는 역할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공적자금 투입이 제한적인 한국에서는 사모펀드가 구조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더불어 사모펀드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시장 감시 기능 및 관리 감독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할 때가 됐다"며 "시장의 감시와 관리 감독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의 긍정적 기능을 살리기 위해선 시장 내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