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진의 책임을 법적으로 묻고자 한다면, 우선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이 각각 다른 법적 절차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은 환자나 유족이 원고가 되어 의료진을 피고로 하는 민사소송으로, 의료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이 원고 측, 즉 환자나 유족에게 주어진다. 반면, 형사소송에서는 검사가 의료진의 불법적인 의료 행위나 업무상 과실을 입증할 책임을 진다.
환자나 유족들은 입증 책임을 직접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을 민사소송보다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형사소송을 먼저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환자나 유족에게 유리한 선택은 아니다. 형사소송에서의 입증 책임은 민사소송보다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이나 불법 행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형사소송에서는 검사가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할 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을 요구한다. 반면, 민사소송에서는 환자가 의료과실을 증명하고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 의료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증명 책임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 즉, 형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가 민사소송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만약 형사소송의 결과를 기다려 민사소송을 제기하려 할 경우, 형사소송에서 무죄 등의 결과가 나오면 민사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YK의 신은규 의료전문변호사는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데 있어 환자나 유족이 직접 증거를 확보하고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형사소송을 민사소송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입증 책임 면에서는 형사소송이 민사소송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며, “의료과실에 대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은 각각 독립적인 절차이므로, 상황에 따라 어떠한 소송이 더 유용할지 그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전문적인 법률 상담을 통해 최적의 대응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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