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로또명당](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4180847380683046a9e4dd7f220734672.jpg&nmt=30)
많게는 수십 명, 줄이 짧은 판매점이라도 10명 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판매점들은 하나같이 ‘로또명당’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현수막을 걸어 놓았습니다. 그런 판매점이 대여섯 군데는 되는 것 같습니다.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도 이상하고 그런 ‘명당’ 판매점이 유독 종로5가에 몰려 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로또명당이라는 게 과연 진짜로 존재할까요. 명당이라고 소문이 나면 복권 판매가 늘어나고 판매한 복권이 많으니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러니 당첨 복권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순환이 이뤄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로또는 확률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확률은 철저하게 독립적입니다. 지난 주나 과거에 나온 번호가 이번 주 당첨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동전을 열 번 던져 앞면이 계속 아홉 번 나오더라도 열 번째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라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다만 시행횟수가 많아지면 실제 결과는 이론적인 확률에 가까워지는 건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수천, 수만 번 동전을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거의 50%에 수렴하고 주사위를 수십만 번 던지면 각 면이 나올 확률은 1/6에 수렴하는 것처럼요.
경기가 안 좋고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복권 판매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굳이 통계숫자를 들이대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로또에 얽힌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로또를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생역전의 수단으로 여기게 합니다.
로또는 매주 수백만 장 팔리지만 당첨자는 극소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확률보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둡니다. 그래서 복권 한 장으로 힘든 일주일을 버티기도 하고 혹시 올지도 모를 행운을 꿈꾸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삶은 로또처럼 운에 맞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확률게임이 아니라 매순간 선택과 그에 대한 책임으로 엮인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또 한 장으로 누구는 일확천금을 꿈꾸고 다른 누구는 잠깐의 기대와 희망으로, 또 다른 한편으론 삶의 중요한 교훈으로 삼기도 합니다. 금요일인데 복권이나 한 장 사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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