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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8 08:48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로또명당

[신형범의 千글자]...로또명당
40년 넘게 서울에 살았어도 구석구석 곳곳을 다 다니는 건 아닙니다. 며칠 전 약속장소가 평소 잘 가지 않는 종로5가 쪽이어서 오랜만에 – 거의 10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 이 동네를 걷게 됐습니다. 전철역 근처인데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그 끝에는 로또복권 판매점이 있었습니다.

많게는 수십 명, 줄이 짧은 판매점이라도 10명 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판매점들은 하나같이 ‘로또명당’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현수막을 걸어 놓았습니다. 그런 판매점이 대여섯 군데는 되는 것 같습니다.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도 이상하고 그런 ‘명당’ 판매점이 유독 종로5가에 몰려 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로또명당이라는 게 과연 진짜로 존재할까요. 명당이라고 소문이 나면 복권 판매가 늘어나고 판매한 복권이 많으니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러니 당첨 복권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순환이 이뤄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로또는 확률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확률은 철저하게 독립적입니다. 지난 주나 과거에 나온 번호가 이번 주 당첨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동전을 열 번 던져 앞면이 계속 아홉 번 나오더라도 열 번째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라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다만 시행횟수가 많아지면 실제 결과는 이론적인 확률에 가까워지는 건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수천, 수만 번 동전을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거의 50%에 수렴하고 주사위를 수십만 번 던지면 각 면이 나올 확률은 1/6에 수렴하는 것처럼요.

경기가 안 좋고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복권 판매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굳이 통계숫자를 들이대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로또에 얽힌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로또를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생역전의 수단으로 여기게 합니다.

로또는 매주 수백만 장 팔리지만 당첨자는 극소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확률보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둡니다. 그래서 복권 한 장으로 힘든 일주일을 버티기도 하고 혹시 올지도 모를 행운을 꿈꾸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삶은 로또처럼 운에 맞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확률게임이 아니라 매순간 선택과 그에 대한 책임으로 엮인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또 한 장으로 누구는 일확천금을 꿈꾸고 다른 누구는 잠깐의 기대와 희망으로, 또 다른 한편으론 삶의 중요한 교훈으로 삼기도 합니다. 금요일인데 복권이나 한 장 사 볼까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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