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포토에세이]...2125년 대한민국](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4210808010277846a9e4dd7f222110199250.jpg&nmt=30)
어느 날 노부부가 아이를 유치원에 맡겼다. 실제 아이는 아니고 손주로봇이다. 아침에 유치원에 데려다 주면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아”라며 교실로 들여보냈는데 교실을 보니 똑같이 생긴 로봇 28대가 앉아 있었다. 네트워크 장애로 로봇아이들끼리 오작동을 일으켜 유치원은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노부부는 말했다. “그래도 얘는 말대꾸를 안 해서 좋아.”
마을에서 유일한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아이 생일 때마다 동네 어르신들이 유치원에 모여 케이크를 자르고 축하공연(?)을 해준다. 다음 소식은 우리나라 돌잔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전국 지자체마다 관광버스를 빌려 노인들이 단체로 돌잔치를 구경하게 한다. 노인들은 “아이고, 애가 젓가락을 잡네”라며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 마지막으로 전국 수능 응시생이 단 두 명인데 둘 다 지각했다. 뉴스에서는 ‘수능 응시학생 전원 결시’라며 속보를 내보냈다.
100년 후, 그러니까 2125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상해 봤습니다. 현재 인구 5100만, 합계출산율 0.8명, 평균수명 83세(남80 여86), 세대간격 30년을 조건으로 시뮬레이션했더니 인구는 대략 900만명, 남녀 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 92~95명의 여초 국가가 될 것이며 특히 80세 이상 여성의 비율이 매우 높아집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50%를 넘고 20대 이하 청년층은 전체인구의 10% 미만이며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명, 청년 1명이 노인 4~5명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구조가 됩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유전자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한다’는 진화론의 핵심 이론은 인간에 의해 부정당하게 됐습니다.
영화제가 열리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한 해안도시에서 찍은 평화로운 장면을 보다가 대한민국의 디스토피아를 상상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유전자의 꼭두각시임을 자각한 최초의 종이었지만 그 끈을 끊어낸 최초의 종이 될 것 같습니다. 유전자는 패배했습니다, 인간은 자유로워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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