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늙음도 죽음 앞에선](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4290833100849146a9e4dd7f21017810452.jpg&nmt=30)
아들 둘을 뒀는데 작년에 큰 아이를 결혼시켜 예쁜 며느리까지 본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흔한 말로 ‘법 없이도 살' 착하고 성실하며 건강한 시민이었습니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받는 정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인생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뜬금없이 얼마 전 인상적으로 본 기사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뒷물이 앞선 물을 밀어내듯 유유히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노화도 서서히 진행되다가 어느 지점을 지나면서 확 늙어버리는 순간이 있다는 거지요.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인간의 노화가 빨라지는 특정 나이대가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평균 나이로 보면 44세와 60세가 ‘예전 같지 않은 몸’이 눈에 띄게 진행되는 바로 그때라는 겁니다. 이 시기에 노화가 특히 빠른 건 몸 속 단백질 변화 같은 생물학적 원인 못지 않게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크게 미칩니다.
직장을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가장 열정적으로 일하는 시기가 대개 40대 중반입니다.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로서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도 이 때고 자녀 교육, 부모 건강 등 신경 쓸 일도 많습니다. 지나친 스트레스 그 자체로도 해롭지만 당뇨, 고혈압을 유발하는 체내 물질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술 담배 기름진 식사와 운동 부족 같은 안 좋은 습관까지 있다면 최악입니다.
반면 60세 때 급속하게 노화하는 원인은 40대와는 좀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은퇴나 정년퇴직 등으로 몸의 긴장이 갑자기 느슨해지는 게 문제입니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있을 땐 잠을 잘 자다가 출근을 안 하게 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은퇴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 만날 일이 적어지면서 거울을 덜 보게 되고 자연히 외모 관리에 소홀해집니다. 퇴직한 지인을 오랜만에 봤는데 1, 2년 사이에 부쩍 늙은 것 같다는 반응을 접하는 것도 그래서 일 것입니다. 60대부터 심혈관 질환이 급증하는 것은 일상이 불규칙하고 활력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신체 저항력이 낮아진 탓도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화를 걱정하면서 가능한 천천히 늙어가도록 식단과 운동,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느라 발버둥쳐 보아도 누구도 막지 못하는 황망한 죽음 앞에선 다 사치이고 허망한 일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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