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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아직 종이신문 끊을 생각이 없다

입력 2025-05-13 08:36

[신형범의 千글자]...아직 종이신문 끊을 생각이 없다
친한 친구 하나는 내가 책을 들고 다니는 걸 볼 때마다 그렇게 구박을 합니다. 가볍고 편리하고 무엇보다 어두운 데서도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 있는데 굳이 무겁고 불편하게 책을 들고 다니냐고. 사실은 나도 그동안 전자책을 몇 번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결국 실패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종이책 만큼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은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전자책은 휘발성이 너무 강합니다. 가뜩이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전자책은 읽어도 그냥 휘리릭 날아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이책에 비해 진중함이나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할까요. 물론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나는 종이책에서 느껴지는 물성(物性)이 좋습니다. 작가의 생각과 컨텐츠가 담고 있는 내용을 공들여 이미지로 만든 표지도 경이롭습니다. 작가를 포함해 책 만든 이들의 수고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적당한 무게감과 갓 구운 빵처럼 은은한 종이냄새,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시각, 촉감, 후각에 이어 청각까지 깨어나게 만듭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게 또 있습니다. 조간 신문입니다. 매일 새벽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주워드는 신문은 나한테는 하루를 깨우는 신호이며 루틴이자 의식 같은 겁니다. 세상을 향해 창을 여는 것 같은 이 습관은 저절로 생겨난 게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주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뵈러 갔다가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봐 온 신문을 얼마 전 끊었다는 겁니다. 1938년생인 아버지는 80평생을 한 신문을 보셨는데 현재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바로 그 신문입니다. 내 기억으로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태가 터졌는데 그때 잠시 동아일보를 구독한 것 말고는 한 신문을 고집하셨습니다.

아내보다, 자식보다 더 오래 봐 온 신문의 논조와 입장이 아버지의 상식에 맞지 않고 정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셨다는 겁니다. 언론으로서 균형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가뜩이나 독자가 줄고 있는 종이신문업계는 오랜 독자 한 사람을 또 잃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나는 아직 아버지처럼 종이신문을 끊을 생각이 없습니다. 앞서 말한 종이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과 함께 읽고 난 신문지(?)는 여러 모로 쓸모가 많기 때문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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