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법 제909조는 친권과 양육권을 부모가 공동으로 가지되, 이혼 시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양육자를 지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스스로 양육권을 포기하거나, 양육비 지급도 회피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일방적 양육권 포기는 법적으로 간단히 처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육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만으로는 법적으로 권한이 자동 소멸되지 않는다. 법원에 양육자 변경 심판을 청구하거나, 정식 협의 또는 판결을 통해 양육권자 변경이 이루어져야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 즉, 전 배우자가 단순히 ‘키우기 어렵다’며 자녀를 떠넘기더라도, 법적 양육권은 여전히 이전 지정자에게 남아 있는 상태로 유지된다.
문제는 이렇게 양육권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던 당사자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양육권을 주장하거나, 면접교섭을 요구하며 양육자의 일상과 자녀의 심리를 뒤흔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때 양육권을 사실상 포기했던 행위 자체는, 향후 양육권자 재지정을 막는 결정적 사유로 간주되기 어렵다. 따라서 양육권을 완전히 정리하고 싶다면, 반드시 법원 절차를 통해 권한 포기 의사를 공식화해야 한다.
여울 여성특화센터 윤보현 변호사는 “양육권은 감정적으로 던졌다가 다시 되찾는 권리가 아닙니다. 일방적인 포기는 남겨진 가족에게 심각한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안기며, 법적으로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양육권은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포기한 양육 책임을 다시 되찾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그 사이에 자녀와 남겨진 부모는 회복하기 어려운 불안정 속에 놓이게 된다. 양육을 포기하는 것도, 다시 주장하는 것도 결국은 아이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자녀의 안정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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