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빚이 현실이 되면서, 법적 채무조정 절차인 ‘개인회생’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대구지방법원에 접수된 도산 사건 건수는 2만 건이 넘으며 서울, 수원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개인회생 접수 건수도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개인회생 제도는 일정 금액 이상의 빚을 진 개인이 법원의 인가를 통해 3~5년간 분할 상환 계획을 이행한 후 잔여 채무를 면책받는 제도다. 정기적인 소득이 있으면서도 상환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재기 수단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제가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회생이 받아들여져 면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부동산, 보험, 주식, 차량, 임대차보증금 등 자산 내역은 물론, 채무 발생 사유와 최근의 자금 흐름까지 투명하게 소명해야 한다. 특히 최근 1년 내 발생한 채무는 용도와 사용처에 따라 기각 사유가 되기도 하므로 더욱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서류 준비, 기한 준수, 법원과의 송달 절차 등도 모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단 하나의 누락이나 착오로 인해 전체 절차가 무산될 수도 있다. 채권자가 많거나 재산 및 채무 내역이 복잡한 경우, 개인이 직접 처리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과 해석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실에 기반한 변제계획도 중요하다. 개인회생은 채무를 줄이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한 제도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상환 계획을 세우면 결국 본인만 다시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법원은 신청자의 소득과 지출, 부양가족 수, 생계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변제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이 기준에서 벗어난 과도한 계획은 오히려 기각 사유가 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면책을 받고자 조급한 마음에 턱없이 높은 월 변제액을 설정했다가 중도 포기하거나 변제 불이행으로 폐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빚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끝까지 이행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법원의 판단 기준에 맞는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회생을 향한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딜 수 있다. 필요하다면 회생 절차에 익숙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략을 점검해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도움말 : 대구 법무법인 더킴로펌 김형석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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