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간치상죄는 형법 제301조에 따라 강간이나 준강간, 강제추행 등의 성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했을 때 성립한다. 흔히 ‘강간하다 피해자를 다치게 한 범죄’로 단순하게 이해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성립 요건이 까다롭고, 형사처벌 수위도 훨씬 엄격하다. 강간죄가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반면, 강간치상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처럼 강간치상죄의 성립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상해’다. 여기서 말하는 상해는 단순히 신체에 남는 외상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피해자의 생리적 기능이나 일상생활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모든 상태를 포함하며, 육체적인 손상뿐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장애까지 포괄된다. 예를 들어 출혈, 골절, 타박상은 물론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공황장애, 불면증, 우울증 등도 상해로 인정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판례에서는 사건 발생 직후가 아니라 수 주, 수개월이 지난 후에 나타난 정신적 증상도 강간치상에 해당한다고 본 바 있다.
강간상해와의 차이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간상해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힐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되는 반면, 강간치상죄는 의도와 무관하게 상해라는 결과가 발생했는가가 기준이다. 즉, 상해에 대한 고의가 없더라도 피해자에게 상해가 생겼다면 강간치상죄가 성립할 수 있다.
강간치상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상해가 강간 행위와 시간적·행위적으로 연관된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강간이 시도되던 중 피해자가 도망치다 다치거나, 범행이 끝난 직후 정신적 이상 증상을 겪게 된 경우처럼, 범행의 전후 상황 속에서 발생한 상해라면 강간치상죄로 인정될 수 있다. 강간 직전의 폭행, 직후의 정신적 후유증처럼 사건 흐름 안에 포함된 상해는 대부분 강간치상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강간과 전혀 관련 없이 독립적으로 발생한 상해라면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연관성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혐의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경찰 경력을 보유한 법무법인YK 강남주사무소 김형원 변호사는 “강간치상죄는 상해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고의성 여부와 무관하게 성립할 수 있어 사건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수적”이라며 “당사자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뿐만 아니라 범행 당시 정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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