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재산분할의 경우,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자산의 목록을 정확하게 작성하고 각 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주택, 예금, 퇴직금은 물론 채무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되며, 현금이 아닌 형태의 재산은 평가 기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이를 서면으로 명확하게 해두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 후 해석의 차이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자녀가 있는 경우 양육자 지정, 양육비 부담, 면접교섭권도 반드시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단순히 아이를 보기로 했다는 식의 합의는 법적 효력이 부족하다. 그 예로, 면접교섭권을 매월 특정 요일,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 실시하도록 문서로 정하고, 양육비 역시 지급 주기와 금액을 명확히 해야 향후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빠뜨리는 부분이 생기면, 이후 자녀를 매개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 협의이혼 후 양육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갈등이 심화된 사례도 적지 않다. 한쪽은 ‘주말마다 아이를 보기로 했다’고 기억하는 반면, 다른 쪽은 ‘격주에 한 번’으로 이해한 상태에서 이혼을 마무리한 경우, 이후 면접교섭권을 둘러싼 다툼이 반복된다.
특히 자녀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교육방식, 의료 결정, 전학 문제 등 양육자 간 의견 차이가 부딪히면, 이혼 당시 합의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법원에서도 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문서가 없다면 일방의 주장만을 근거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갈등은 장기화된다.
이런 상황은 아이에게 정서적 불안을 주고, 결국 다시 가정법원에 양육권 변경이나 면접교섭권 제한 청구가 제기되며 또 다른 소송으로 이어지기 쉽다. 결국 협의이혼이라 하더라도, 부모 간 권리와 의무를 어디까지 명확히 정리했느냐에 따라 이혼 이후 삶의 질이 결정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구두로만 이뤄진 협의 내용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혼 후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다시 소송을 통해 다툴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는 이 과정이 오히려 이혼 그 자체보다 더 큰 비용과 시간을 요구한다. 따라서 애초에 모든 쟁점을 서면화하고, 필요하면 공증이나 확정일자를 통해 법적 효력을 강화해 두는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법률적 쟁점이 얽힌 상황에서는 반드시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이혼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을 누락하거나 잘못 정리한 뒤 뒤늦게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이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 경우가 많다. 변호사는 단순한 문서 작성이 아니라, 분쟁 가능성을 줄이는 구조로 합의를 설계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춘 대응책을 제시할 수 있다.
잠실 법률사무소 가나다의 이소임 변호사는 “협의이혼은 서로 감정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감정적으로 서두르다 보면 중요한 쟁점을 놓치기 쉽다.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해 각 쟁점을 서면으로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이혼 뒤 후회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어 “이혼을 결심했다면 감정보다 전략이 먼저다. 협의이혼을 진짜 끝맺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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