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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일터에서 죽는 사람이 없는 나라

입력 2025-07-31 08:43

[신형범의 千글자]...일터에서 죽는 사람이 없는 나라
며칠 전 대통령이 SPC삼립 시흥공장을 방문했습니다. SPC삼립은 파리바게트로 대표되는 국내 최대 제빵 기업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된 2022년 이후에만도 3명이 죽고 5명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죽음의 빵공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회사입니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SPC그룹 회장은 청문회에 불려 나가 머리를 숙였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공장을 방문해 노사 양측과 함께 원인을 짚고 해결책을 모색한 건 내가 보기에 신선했습니다.

대통령은 반복되는 사고 배경에는 장시간 심야노동과 그걸 감수할 수밖에 없는 저임금 문제가 원인 아니냐며 캐물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8시간 3교대 근무가 12시간 2교대보다 유리한데도 2교대를 고수하는 건 기본임금이 너무 낮아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 아니냐고도 물었습니다. ‘저임금  장시간 야간노동  사고’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는데 현장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질문들입니다.

대통령 자신이 소년공으로 일할 때 프레스에 눌려 팔이 비틀어진 산재 피해자여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놀이, 가짜 구급차 운영실태 같은 현장의 자잘한 것까지 너무 깊이 파고드는 것 아니냐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1988년 5공청문회에서 당시 초선의원 노무현이 풍산금속 회장을 다그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권부에는 35억이나 갖다 주면서 내 공장에서 내 돈 벌어주려고 일하다 죽은 노동자에 대해선 4천만원, 8천만원 가지고 그렇게 싸워야 합니까. 그게 인도적입니까. 그게 기업이 할 일입니까.”

엊그제 올해만 벌써 4명의 사망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의 대표가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심하게 말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짚고 정확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번 정부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를 꼽자면 ‘실용’입니다. 대통령의 이번 SPC 방문이 실용의 지향점이 추상적이거나 숫자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향상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어이없이 죽는 사람이 없는 사회, 일터가 행복한 사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산업재해 사망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함께 고민하자는 정부의 제안에 나는 동의합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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