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씨, 부인, 여사, 영부인](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8130826350896646a9e4dd7f220867377.jpg&nmt=30)
2017년 8월, 한겨레신문은 사설을 통해 대통령 부인 이름 뒤에 붙이는 존칭 표기를 ‘씨’에서 ‘여사’로 바꾼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1988년 창간 이래 30년 가까이 유지해 온 원칙 대로 《한겨레》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 부인을 김정숙’씨’로 표기해왔는데 대통령과 부인을 존중하지 않는 어법이라는 독자들의 강한 반발에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한겨레》는 언어의 탈권위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성차별적 표현, 위계질서를 고착화하는 언어를 쓰지 않겠다는 회사 방침의 일환으로 ‘여사’나 ‘영부인’이 아닌 ‘씨’로 부르겠다는 시도가 대중의 언어습관과 권위적 문화습성으로 인해 좌절된 것입니다.
표준국어사전은 ‘여사’를 ‘결혼한 여자 혹은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말’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선 중년 이상의 여성을 부르는 존칭으로 두루 쓰이는데 언제부턴가 생산현장과 일터에서 마땅한 호칭이나 직급이 없는 중년 여성을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게 관행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름 뒤에 공식적으로 ‘여사’를 붙이는 건 대통령 부인이 유일합니다. 언론에서도 대통령 부인에게 전.현직을 막론하고 ‘여사’를 씁니다. 이순자, 이희호, 김건희, 김혜경 모두 ‘여사’입니다. 대통령은 자리를 그만두면 ‘전 대통령’으로 바뀌는데 ‘여사’는 한번 되면 영원히 ‘여사’로 박제됩니다.
권위주의가 절정이던 시절에는 ‘영부인’이라는 말도 쓰였습니다. ‘영부인’은 그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인데 어느 순간 대통령 부인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져버렸습니다. 간혹 방송 인터뷰 같은 데서 보면 아부를 못해 안달 난 사람이나 권위주의 시대에 젖어 사는 일부 꼰대 같은 이들은 여전히 이 말을 쓰곤 합니다.
아무튼 김건희는 파면된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고 현재는 주가조작, 공천개입, 알선수재, 뇌물수수 등 온갖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의자입니다. 판결에 따라 곧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람입니다.
일부 ‘씨’로 표기하는 언론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김건희 ‘여사’ 표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원칙이 없고 모호하긴 하지만 이 참에 대통령 부인을 부르는 호칭도 기준을 두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씨’든 ‘부인’이든. 어쨌든 원래 《한겨레》의 표기원칙처럼 권위적인 표현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칭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에 가깝다는 어느 학자의 조언도 참고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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