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은 통장과 체크카드의 양도·대여를 명확히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나아가 제공된 통장이 실제 범죄에 사용되면 형법상 사기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피해 규모가 크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3년 이상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 피해 시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 “선의로 빌려줬다”, “범죄인지 몰랐다”는 주장을 내세우지만, 법원은 달리 본다. 대여 당시 상대방의 신원이나 사용 목적이 불분명했거나, 현금 분산 송금 같은 비정상적 정황이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평가된다. 실제로 대법원 2020도12563 판결(2022.10.27 선고)은 피고인이 “범죄에 쓰일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통장 제공 행위가 불법 금융거래를 용이하게 했다는 이유로 금융실명법 위반 방조를 인정했다.
또한 2013도4004 판결(2013.8.23 선고)에서는 명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사기 조직에 넘겨준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양도’로 판단돼 유죄가 확정됐다. 이처럼 단순한 호의라는 주장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소가 되면 금융거래 제한, 신용불량 등록, 금융·공공기관 취업 제약 등 2차 제재가 뒤따른다. 전과 기록은 장기간 사회적 낙인으로 남아 대출, 직장 생활, 사회활동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인생 전반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셈이다. 아울러 피해자 측의 배상 명령 청구가 이어진다면, 형사적 책임에 그치지 않고 금전적 의무까지 감당해야 하므로 그 어려움은 한층 가중된다.
법률사무소 가나다의 감경배 대표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통장대여 사건은 초기 대응이 사건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통장을 건넨 경위와 문자·메신저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고, 조사 단계에서는 표현 하나하나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양형에 직접 반영되므로 무리한 선처를 기대하기보다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방어가 필요하며”, “유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와 함께 사건 초기부터 전략을 세운다면 무혐의, 기소유예, 집행유예 등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보이스피싱 통장대여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혐의를 받고 있다면 “범행 의도가 없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사 초기부터 형사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마련하는 것이 불리한 결과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