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부장님개그](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110807470630346a9e4dd7f220867377.jpg&nmt=30)
대한민국에는 ‘부장님개그’라는 독특한 유머장르가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조금도 웃기지 않은 얘기라서 듣는 사람은 괴롭지만 하는 사람은 즐거운 마법(?) 같은 유머인데 한국 특유의 수직적 조직문화와 세대차이가 빚어낸 현상입니다.
‘부장님개그’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바로 ‘권력의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부장님은 유머라고 던진 것이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은 정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사회생활용 억지 웃음을 부장님은 자신의 유머가 통했다고 ‘착각’합니다.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재미없습니다”라는 솔직한 피드백이 차단되다 보니 개그의 질은 낮아지고 빈도는 높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부장님은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정치 종교 사생활 얘기는 위험하니까 ‘말장난’이 제일 만만합니다. 나름 권위를 내려놓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는 친밀감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유머를 ‘맥락 속에서 터지는 자연스러운 센스나 공감’으로 인식하는 MZ들은 ‘부장님개그’를 갑질 혹은 민폐로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부장님개그’는 단순히 웃기는 말이 아니고 ‘누가 웃을 수 있고’ ‘누가 웃어야 하며’ ‘누구는 웃지 않을 자유를 갖는지’를 가르는 일종의 계급장치입니다. 이런 유머 장르가 만들어진 것은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철저한 계급사회라는 걸 드러내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부장님의 ‘유머’는 왜 안 웃길까요. 간단합니다. 유머가 ‘즐거움’보다 ‘반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웃음’보다는 ‘질서의 재확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장님개그’가 난무하는 조직의 속내는 불안정하고 실력보다 정치가 판치는 조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부장님개그’는 결국 한국 기업의 구조적 특징인 계급과 관련돼 있습니다. 또한 계급관계를 드러내는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그게 다 먹고사는 일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런 얘기를 유머랍시고 듣는 부하직원들도 짠하고 그걸로 자기 유머감각이 뛰어나다고 착각하는 부장님도 짠합니다. 더 중요한 건 부장님도 사장님 앞에서 폭소를 터뜨린다는 사실입니다. 곧 사표 낼 부장님만 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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