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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문서, 기억보다 자료…이혼 다툼에서 증거가 중요한 이유

김신 기자

입력 2025-12-17 10:55

말보다 문서, 기억보다 자료…이혼 다툼에서 증거가 중요한 이유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부부가 결혼을 마무리하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법적 절차는 감정과는 별개의 문제로 진행된다. 다툼 없이 끝나는 협의이혼도 있지만, 양육권·재산분할·위자료 등 하나라도 충돌하기 시작하면 소송은 곧바로 증거 경쟁으로 전환된다. 말보다 문서가 강하고, 주장보다 기록이 오래 남는다.

이혼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에 어떤 자료를 남겼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가 훗날 판결문에 적히는 핵심 근거가 된다. 이혼 사건은 누가 더 억울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입증 가능한가의 문제다. 감정이 아무리 크더라도 기록과 증거가 없다면 법원은 신뢰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협의가 불발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문자·통화녹음·가계부·자녀 돌봄 일정표 등 기초 자료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송으로 넘어가면 뒤늦게 정리하는 자료는 입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혼 소송에서 법원은 과거의 감정 대립보다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를 우선한다. 양육권을 주장한다면 양육 참여 기록이 필요하고, 재산분할을 요구한다면 계좌 흐름과 기여정도가 드러나는 자료가 필요하며, 폭언·폭행을 문제 삼는다면 의료기록이나 메시지 캡처가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증거 없이 “그랬다”고 말하는 것은 법적 논리에서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준비 없이 소송이 시작되면 이후의 선택지는 제한되고, 이미 벌어진 사실을 되돌려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초기 대응이 흔들리면 이후 전략도 유연하게 가져가기 어렵다. 협의가 순조로울 것처럼 보여도 불확실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기록은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이혼은 감정의 결말이 아니라 법적 절차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래된 이야기보다 남겨진 자료가 중요하고, 소리 친 순간보다 조용히 작성된 문서가 더 강력한 근거가 된다. 갈등이 커지기 전에 움직이는 사람과, 갈등이 터진 뒤 움직이는 사람의 결과는 달라진다. 후회는 나중에 생기지만, 판결은 나중에 고칠 수 없다.

도움말 :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이혼전문변호사

김신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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