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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아아! 샘터

입력 2026-01-09 08:12

[신형범의 千글자]...아아! 샘터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지만 내 또래 앞뒤 세대라면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샘터》라는 조그만 책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1970년 4월 창간 이후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최장수 월간 교양지가 이번 1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휴간’이라고 표현했지만 사람들은 ‘폐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발행인 김성구 대표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으려고 노력했지만 지금 시대에는 쉽지 않았다고 휴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잡지는 더 이상 발행하지 않지만 그 가치는 단행본을 통해 계속 전하겠다고 했지만 아쉬움은 진하게 남습니다.

2019년에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휴간을 발표했지만 독자들의 성금과 각계의 후원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나 지금까지 발행을 이어왔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곳에서 힘을 보태면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겠냐는 격려와 문의가 있었지만 자체적인 생명력을 갖지 못하면 결국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습니다.

창간 때 100원이던 가격이 현재 4800원인데 설립자인 김 대표의 부친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짜장면한 그릇보다는 싸야 한다는 신념을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가격을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닙니다. 7.80년대 50만부를 찍고도 모자라 재판을 찍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번 1월호는 1만 부만 찍는다고 했습니다.

1970~1990년대 《샘터》는 탄탄한 고정 필진을 자랑했습니다. 최인호는 자전적 소설 〈가족〉을 1975년부터 34년간 연재했고 법정스님은 수행 중 사색을 기록한 〈산방한담〉을 1980년부터 16년간 연재했습니다. 피천득, 이해인 수녀, 장영희 교수, 정채봉 등 스타 문인들의 글과 장욱진, 천경자, 이종상 등 유명 화가의 그림이 표지와 삽화에 실렸고 동숭동의 유명한 붉은벽돌 옛 사옥은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입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을 비롯해 소설가 김승옥, 윤후명, 이태호 시인 강은교, 김형영, 정호승 등은 《샘터》에서 기자나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이 작가들이 전하려고 했던 것도 잡지의 정체성인 소소한 삶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샘터》는 평범한 삶과 이름난 목소리가 한 지면에서 만나는 드문 잡지였습니다.

손바닥만 한 휴대폰이 모든 걸 흡수해버린 요즘 인쇄매체의 기능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또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게 굳이 종이책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렇지만 지혜는 다릅니다. 누가 준다고 바로 내 것이 되지도 않습니다. 모래에서 사금을 걸러내듯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생전에 부친이 김 대표에게 자주 했던 말이라는데 인상적입니다. “남에게 폐 끼치지 마라, 목숨 걸고 약속을 지켜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 세 가지를 지킨 다음에 멋대로 살아라.”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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