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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서울대는 위험해

입력 2026-01-28 08:15

[신형범의 千글자]...서울대는 위험해
지인들끼리 모여 밥을 먹게 된 자리가 있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일행 중 하나가 아들이 서울대 다닌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습니다.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자리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그 사람을 쳐다봤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습니다. “요즘 보니까 그 학교 나온 사람들 줄줄이 재판 받고 감옥 가고 그러던데… ” 당연히 웃자고 한 농담이었습니다.

내가 직장에 다닐 때도 주변에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서울대 나왔다고 다 같은 서울대가 아니었습니다. 겸손한 데다 일도 잘하는 서울대, 머리는 좋은데 뺀질대는 서울대, 어떻게 들어갔나 의심스러운 서울대, 실력은 있는 것 같은데 일은 못하는 서울대 등 서울대 아닌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했습니다.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지만 서울대는 금방 티가 납니다.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출신 학교를 알게 됩니다. 절반 이상은 스스로 밝힙니다. 대놓고 말하거나 캠퍼스가 있는 동네 이름을 은근슬쩍 흘리거나 유명한 사람 이름을 대면서 동문이라고 떠벌리는 식입니다. 그도 아니면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고맙게도(?) 대신 알려줍니다. “저 사람 서울대 나왔어”라고.

이들은 수험생 중에서 전국 상위 1% 안에 드는 수재들입니다. 본인은 물론 부모의 어깨까지 저절로 힘이 들어가고 학벌과 별 상관이 없는 분야인데 연기를 좀 하거나 오디션 프로에서 노래만 좀 불러도 특별한 대접을 받습니다. “서울대라 역시 캐릭터 해석이 남다르네요” “곡을 풀어가는 역량이 독특한데요”라면서. 불편하지만 학벌사회인 대한민국의 어쩔 수 없는 모습입니다.

서울대를 안(정확히는 못) 나와서 누가 대놓고 묻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출신 학교를 밝히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실력은 뒷전이고 출신 학교로 평가절하되고 싶지 않은 일종의 자격지심 같은 겁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가까운 사이가 아닌 이상 서로의 출신 학교를 모른 채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특별히 잘난 구석이 없어도 학벌과는 무관하게 잘들 살아갑니다. 거의 대다수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대는커녕 대학 문턱도 밟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를 나왔습니다. 대통령이 대학을 안 나왔다고 모욕하는 검사와 국회의원이 있고 유명인의 프로필에 대학 캠퍼스가 본교냐 아니냐를 두고 댓글이 달립니다. 잘나가는 번역가의 소셜미디어에 “지잡대 나왔는데 번역 잘하시네요?” 같은 조롱 섞인 댓글도 봤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걸 암기했다가 시험에서 잘 풀면 좋은 대학에 가는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찾아보면 다 나오는 얘기를 줄줄 외워서 굳이 테스트할 필요가 있을까요. 배운 것을 주어진 상황에 녹여내고 자기만의 스토리로 소화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에 이제부턴 출신 대학 말고 다른 얘기 좀 하며 삽시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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