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포토에세이]...벽과 기둥과 창](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230803040040746a9e4dd7f220867377.jpg&nmt=30)
창의 모양도 하중을 분산하기 위해 가로가 좁고 세로가 긴 형태입니다. 또 작은 창문은 외부의 침입을 막는 데도 유리하고, 겨울이 춥고 긴 유럽 기후에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도 적합합니다.
하지만 20세기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철근 콘크리트라는 신소재를 활용해 건축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바닥판과 기둥, 계단만으로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기둥이 건물의 무게를 받치게 되자 벽은 이제 하중을 지탱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벽은 그저 비바람을 막는 역할로 충분하고 건축 설계자는 원하는 어디든 창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가로로 긴 창’은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한 ‘근대 건축의 다섯 가지 원칙’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버팀 역할을 하는 벽에서 자유로워진 창은 이제 세로 형태가 아니라 가로로 길게 뻗어 나가면서 압도적인 양의 빛을 건물 내부로 받아들였습니다.
건물을 지탱하는 부담을 기둥에 넘겨 준 벽은 인간의 삶과 생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과거의 어둡고 습한 돌로 만든 건물은 결핵 같은 전염병의 온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큰 창은 단순히 디자인의 변화뿐 아니라 도시 노동자들에게 햇빛과 환기를 제공하는 사회개혁의 혁신이 됐습니다.
또 큰 창과 유리벽면이 등장하면서 실내와 바깥의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 풍경을 소유하고 관조하는 방식까지 바꿨습니다. 통유리는 개방과 투명을 상징합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벽과 담장으로 가두는 문화에서 안과 바깥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문화로 건축이 길을 낸 셈입니다.
사진은 포르투갈의 포르투에 1899년 문을 연 식당 Café Progresso입니다. 포르투에서 가장 오래된 영업 카페로 건물 외벽과 실내 곳곳에 ‘The oldest café in town’이라는 메시지를 붙여 놓았습니다. 옛날부터 차경(借景), 즉 자연 경관을 건축으로 끌어들여 마치 외부 풍경이 건축의 일부인 것처럼 활용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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