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싸움 도중 발생하는 아동학대 양상은 단순히 아이를 직접 때리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가 서로 고성을 지르며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아이에게 목격하게 하는 것 자체가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는 이미 확립된 상태다. 아이는 부모라는 세상의 유일한 안식처가 붕괴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극도의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되며 이는 성인기의 트라우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사 기관과 법원은 부부 싸움의 빈도와 강도, 당시 아동이 처했던 구체적인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정서적 학대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해 아이를 이용하거나 배우자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해 아이 앞에서 폭언을 쏟아내는 행위는 아동의 정서 발달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 상황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역시 최근 법조계에서 주목하는 주요 사안 중 하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인 어른과 사위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때, 그 사이에 낀 아이는 의도치 않게 갈등의 피해자가 되곤 한다. 가령 고부갈등을 겪는 부모가 시댁 식구들과의 만남을 극단적으로 차단하거나 조부모 앞에서 아이를 거칠게 대하며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 혹은 조부모가 며느리나 사위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아이에게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하는 행위 등은 전형적인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법령은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어른들이 다투는 사이에 아동에게 신체적 상해를 입히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했다면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형량은 더욱 무거워진다. 또한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피해 아동과의 격리, 친권 행사의 제한 또는 정지 등 강력한 임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법무법인 YK 울산 분사무소 이경호 변호사는 " 정서적 학대는 눈에 보이는 상처가 남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인격 형성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보호자가 직접적인 가해 의도가 없었더라도 갈등 상황에 아동을 노출시킨 것만으로도 법적 성립 요건을 충족할 수 있으므로 부모는 가정 내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경호 변호사는 “’아이를 해칠 의도는 없었다’거나 ‘단순히 화가 나서 그랬다’는 변명은 더 이상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수사 기관은 아동의 진술과 주변인의 증언, 가정 내 환경 조사를 통해 학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아동의 복리와 가정의 안녕을 동시에 도모해야 예기치 못한 법적 분쟁을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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