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ad

logo

ad

HOME  >  경제

강화된 양형 기준과 강간미수, '술김에'라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

입력 2026-03-19 14:05

김현우 변호사
김현우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성범죄 사건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은 심신미약에 따른 감경을 유도하는 상용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작금의 법조계 기류는 180도 달라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기준 강화와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주취 상태에서의 강간미수 행위는 오히려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로 분류되는 추세다. 이제 사법부는 강간미수 등 성범죄 사건에서 행위 당시 피고인이 자신의 주량을 알고 있었는지, 혹은 범행 직전의 정황이 얼마나 구체적인지를 따져 의도적 방치 여부를 엄격히 판단한다.

강간미수는 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 여기서 핵심은 실제 성관계의 여부가 아니라,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간음'이라는 목적지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경로에 진입했느냐는 점이다. 판례상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시작한 때 인정된다. 설령 이후에 피고인이 스스로 행위를 중단했거나 피해자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미 시작된 폭력적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판단되면 미수범으로서의 형사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재판부는 행위 당시 피고인의 인지 능력 유무보다 피해자가 느낀 공포와 신체적 자유의 침해 정도가 우선하기 때문에 "술 때문에 힘 조절을 못 했을 뿐"이라는 항변은 피해자의 항거를 더 어렵게 만든 가중적 폭력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술로 인한 기억 상실, 즉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것은 수사 기관에 "나는 내 행동을 통제할 의지조차 없었던 위험한 상태였다"고 자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경찰청과 검찰의 수사 기법은 디지털 포렌식, CCTV 동선 분석, 주류 소비량 역추산 등을 통해 피고인의 '블랙아웃' 주장을 정밀하게 검증한다. 범행 전후로 피고인이 보인 질서 정연한 행동, 예컨대 택시 호출, 비밀번호 입력, 증거 인멸 시도 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의 신빙성을 파괴한다.

한편, 강간미수 사건에서 초기에 주취를 핑계로 혐의를 부인하다가 뒤늦게 증거 앞에 굴복하는 행태는 재판부에게 가장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이는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양형 기준상의 가중 요소로 작용하여 집행유예가 가능한 사안조차 실형 판결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다.

경찰대 졸업 후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소송계장을 거치며 수많은 성범죄 수사 기록을 검토해 온 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대표변호사는 “과거의 관행대로 '술'을 방어 논리로 내세우는 것은 침몰하는 배 위에서 닻을 내리는 것과 같다. 강간미수 사건의 본질은 술이 아니라 강제력의 행사 여부와 범행 중단의 자발성에 있다. 수사 기관은 이미 동선을 파악하고 진술이 거짓임을 증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김현우 대표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서 강간미수 혐의 앞에서는 기억의 부재를 주장하는 전략은 최악의 수라고 단언할 수 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판례가 요구하는 '실행의 착수' 요건을 조각할 수 있는 정교한 논리를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를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news@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