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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사람에겐 쉬운데 컴퓨터는 어려운 것

입력 2025-06-16 09:01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사람에겐 쉬운데 컴퓨터는 어려운 것
아기와 놀아주는 모습은 세계 어디나 비슷한가 봅니다. ‘까꿍’은 아기를 달래거나 함께 놀아줄 때 쓰는 말 또는 그런 놀이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얼굴을 보여 주다가 손이나 다른 물건으로 얼굴을 가리면 아이는 얼굴이 없어진 것으로 여깁니다. 그러다가 ‘까꿍’ 하고 소리를 내면서 얼굴을 보여주면 잃어버린 얼굴을 다시 찾아서 재미있어 합니다.

이건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대상연속성(Object permanence)’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상연속성이란 특정 대상이 관찰(시각 청각 촉각 등)되지 않아도 계속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심리학에서 연구되는 중요 분야입니다.

유아를 대상으로 대상연속성을 처음 연구한 스위스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대상연속성은 유아가 경험하는 인지발달 단계에서 중요한 성취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그의 4단계 발달이론에 따르면 출생부터 2세까지는 감각운동 단계인데 생후 6개월이 안 된 아기는 대상영속성이 없기 때문에 사물을 보고 있지 않으면 그 사물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8개월이 지나면 대상이 안 보이면 아기는 잠시 헤매긴 하지만 대부분 찾아내며 10개월이 지난 아기는 존재하던 대상이 사라져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찾아냅니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은 아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두 살까지 감각운동기가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그 다음 단계가 바로 ‘중첩(interposition)’에 대한 이해입니다. 중첩은 어떤 물체에 의해 가려진 물체는 가리고 있는 물체보다 뒤에 있음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첫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요즘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위협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경우 아직 대상영속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물체가 화면을 벗어나거나 사라지면 시야를 돌릴 때마다 주변 풍경이 달라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건 그 때문입니다. 대상영속성은 인간 입장에선 갓난아기 인지기능 수준의 간단한 인식 작업이지만 AI가 모든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두루 적용할 수 있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강인공지능)로 나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관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쉽게 구분하지만 컴퓨터는 수천 장의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학습해야만 식별이 가능하고 픽셀을 조금만 바꿔도 엉뚱하게 인식한다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처럼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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