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포토에세이]...사람에겐 쉬운데 컴퓨터는 어려운 것](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6160901220757946a9e4dd7f220867377.jpg&nmt=30)
이건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대상연속성(Object permanence)’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상연속성이란 특정 대상이 관찰(시각 청각 촉각 등)되지 않아도 계속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심리학에서 연구되는 중요 분야입니다.
유아를 대상으로 대상연속성을 처음 연구한 스위스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대상연속성은 유아가 경험하는 인지발달 단계에서 중요한 성취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그의 4단계 발달이론에 따르면 출생부터 2세까지는 감각운동 단계인데 생후 6개월이 안 된 아기는 대상영속성이 없기 때문에 사물을 보고 있지 않으면 그 사물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8개월이 지나면 대상이 안 보이면 아기는 잠시 헤매긴 하지만 대부분 찾아내며 10개월이 지난 아기는 존재하던 대상이 사라져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찾아냅니다.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은 아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두 살까지 감각운동기가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그 다음 단계가 바로 ‘중첩(interposition)’에 대한 이해입니다. 중첩은 어떤 물체에 의해 가려진 물체는 가리고 있는 물체보다 뒤에 있음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첫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요즘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위협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경우 아직 대상영속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물체가 화면을 벗어나거나 사라지면 시야를 돌릴 때마다 주변 풍경이 달라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건 그 때문입니다. 대상영속성은 인간 입장에선 갓난아기 인지기능 수준의 간단한 인식 작업이지만 AI가 모든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두루 적용할 수 있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강인공지능)로 나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관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쉽게 구분하지만 컴퓨터는 수천 장의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학습해야만 식별이 가능하고 픽셀을 조금만 바꿔도 엉뚱하게 인식한다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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