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내 주변의 천재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6180807590106146a9e4dd7f220867377.jpg&nmt=30)
그런데 주변에 재능 넘치는 사람들을 직접 접하면서 이들에게 품었던 환상과 경외심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나 같은 보통 사람에겐 없는 재능이 창작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일상 생활에선 그닥 도움이 안 되는 경우를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뛰어난 재능만큼 특별한 자의식을 감추느라 힘들어했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고 예민해서 쉽게 지나칠 상황인데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흔히 ‘특이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폭도 좁습니다. 덜 친절하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그래서 빛나는 재능을 대가로 평범한 삶을 버거워하는 걸 보면 행복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숫자가 많진 않지만 그렇지 않은 천재도 물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상에 충실하면서도 일상에서 돌출되지 않습니다. 성실하고 진지했으며 겸손하고 유쾌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한껏 자신을 낮출 줄도 압니다. 그런 태도가 쌓이고 단단해져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단, 이 경우는 가끔 재능보다 태도가 빛나 보이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만.
간혹 사람들은 재능과 태도는 반비례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태도가 나쁜 것이 재능이 뛰어나다는 핑계가 되기도 합니다. 어처구니없는 경우는 재능도 없으면서 남과 자신을 속이며 무례함을 드러내는 ‘가짜천재’를 볼 때입니다. 하지만 나는 좋은 태도가 재능을 더 빛나게 해주는 촉매제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재능이라면 태도가 좋은 쪽으로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나는 천재들의 도발적인 재능을 동경하거나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론 내 깜냥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통의 삶을 꾸리고 내 주변 사람들과 지금처럼 편하게 관계 맺기 위해서는 예술가가 아니라 한 명의 생활인으로 사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 유일한 창작물인 일기 –특출나지 않고 보통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읽히는– 를 쓰기 위해 나름의 원칙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쉽고 짧게 쓰기, 잘난 척하지 않기, 가능한 감정 섞지 않기,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 유지하기 등등. 재능과 관련 없는 이런 원칙들이야말로 일기를 계속 쓰게 만드는 힘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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