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강제추행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추행 혐의인 형법 제298조강제추행과 별개의 조항, 형법 제299조로 분리되어 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 기준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조항을 분리한 이유는 강제력이 발생한 수단에서 성립 요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강제추행 혐의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 등 피해자가 위협이라 느낄 만한 물리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대의 의사에 반한 신체적 접촉이었는지가 혐의 여부를 나누는 실질적 쟁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준강제추행은 상대의 저항이 없었거나 물리력이 작용하지 않은 상황에도 성립한다. 준강제추행의 성립 요건은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임을 악용한 점에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만취 상태, 혹은 숙면 상태처럼 의식을 잃어 저항하지못하는 처지의 피해자를 추행한 상황을 말한다.
의식을 잃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경우도 있다. 항거불능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신체적 억압만을 기준점으로 두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최근 한 이단종교의 지도자의 성 착취 행위가 폭로된 바 있는데, 이 문제의 지도자에게 추행당한 신도들의 경우 심리적저항이 불가한 상태라 판단되었기에 준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된 바 있다.
이와 같이 저항이 불가한 피해자를 추행했다는 성립 요건을 따로 두어 조항을 분리한 것은, 거부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호소하여 처벌을 면하려는 법의 악용 사태를 방지하고 오히려 죄질을 더욱 중하게 판단하여보다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준강제추행 혐의를 부정하지 못했을경우에는 엄벌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준강제추행은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의 피해자가 대상이 되기에 오해를 사는 경우도 상당수이다. 합의하에 이루어진 접촉이었다 해도 추후에 피해자가 본인이 동의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부정한다면 충분히준강제추행의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는 탓이다.
성범죄의 경우 정황적 특성상 은밀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명백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아도 피해자의진술이 일관적이고 구체적이라면 그 자체로도 신빙성을 가져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억울하게 준강제추행혐의에 연루되었을 시에는 섣불리 혐의를 부정하기보다 객관적 증거를 들어 본인의 무혐의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
성범죄 특화 법무법인 테헤란의 형사전문변호사 이경복 변호사는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해 “억울하게 준강제추행 혐의에 연루된 피의자들을 변호하는 것이 혐의가 확실한 상황에 비해 난도가 높다. 혐의를 인정할 때는 합의라는 명확한 해결책이 있지만, 억울한 상황일때는 정황마다 혐의가 없음을 입증할 수 있는 요건이 다양한 탓도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피의자들이 사실관계만 잘 진술하면 사건이 잘 해결될 거라 지레짐작하여 대처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시간이지날수록 수집할 수 있는 증거는 물론 유리한 전략도 흐려지는 것이기에 억울한 상황일수록 더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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