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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빵플레이션

입력 2025-09-16 08:42

[신형범의 千글자]...빵플레이션
얼마 전 빵값 때문에 좀 시끄러웠는데 전말은 이렇습니다. ‘슈카’라는 유튜버가 우리나라 빵값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임시매장(팝업 스토어)을 열고 소금빵 등 각종 빵을 시중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았습니다. 비싼 빵값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소비를 촉진해서 시장규모를 키우겠다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반응이 뜨거웠지만 ‘동네 빵집’들은 반발했습니다. ‘슈카’는 구독자가 4백만이나 되는 인플루언서라서 홍보비를 들이지 않아도 고객을 쉽게 모을 수 있다는 점과 임시매장이라 임대료가 없고 망하더라도 자영업자처럼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면서 일반 자영업자들은 꿈도 못 꿀 조건을 들이대며 현실을 무시하고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반발이 커지자 ‘슈카’는 자영업자를 비난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사과하고 잠정적으로 영업을 중단했지만 빵값 논란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한국 빵값은 정말 비쌀까요? 영국 경제분석기관 EIU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빵 1kg 가격이 서울이 15.59달러로 가장 비쌌습니다. 또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 조사에서는 식빵 500g의 평균가격이 2,98달러로 조사대상 124개국 가운데 10위였습니다. 한국보다 비싼 나라는 스위스, 아이슬란드,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으로 물가가 비싼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한국이 단연 제일 비쌌고 싱가포르(21위), 홍콩(28위), 중국(43위), 일본(54위) 순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한국의 빵값이 비싸다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자영업자들은 왜 분노하는 걸까요?

나는 제빵 생산구조나 유통과정을 잘 모르지만 제빵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빵 제조비용 중에 인건비가 2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제조업 평균의 3배가 넘습니다. 빵은 다품종 소량 생산방식이기 때문에 공정을 자동화할 수 없고 무한정 생산할 수도 없다고 하니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이해가 됐습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업계도 최저임금과 임대료는 매년 오르고 멤버십 할인, 광고비, 매장 인테리어에다 배달수수료까지 포함하는 구조이다 보니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빵값은 내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다만 동네 빵집에서 2500~4000원인 소금빵을 990원에 판매한 유튜버의 실험은 빵값이 지금 같아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은 확실합니다. 자영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닌데도 빵값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큰 만큼 업계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할 텐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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