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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만의 소상공인 필살기] 청년몰에는 왜 ‘청년’만 있고 ‘상인’은 없을까?

신승만 대표

입력 2025-12-29 15:03

‘공간’ 지원을 넘어 진정한 상인 스승에게 ‘전수’ 받을 기회 필요

비스타컨설팅연구소(주) 대표이사 신승만(경제학 박사)- 공공정책 연구 경력 21년, 정책분석평가사 1급, 소상공인지도사 1급- 한국동행서비스협회 부회장- 前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부 연구위원- 前 건국대, 남서울대, 한세대, 한서대, 백석대등 외래교 역임
비스타컨설팅연구소(주) 대표이사 신승만(경제학 박사)- 공공정책 연구 경력 21년, 정책분석평가사 1급, 소상공인지도사 1급- 한국동행서비스협회 부회장- 前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부 연구위원- 前 건국대, 남서울대, 한세대, 한서대, 백석대등 외래교 역임


2025년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전국의 전통시장을 돌아본다. 겨울바람이 매섭지만, 시장의 온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그 온기가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시장 한구석, 화려한 인테리어와 ‘청년몰’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정작 사람의 발길이 끊겨 셔터가 내려진 점포들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와 지자체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청년몰’ 조성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낡은 시장에 젊은 감각을 수혈하겠다는 취지는 훌륭했다. 하지만 2026년을 앞둔 지금, 냉정하게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왜 수많은 청년몰이 개장식의 화려한 테이프 커팅이 끝나자마자 ‘외딴섬’처럼 고립되다 소멸해 갔을까.

비스타컨설팅연구소 대표로서 수많은 현장을 컨설팅하며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공간(Store)’만 주었지, ‘상인 정신(Spirit)’을 전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몰에는 ‘청년’ 사장님들은 있었지만, 그들을 이끌어 줄 진짜 ‘상인’ 스승은 부재했다.

장사는 전쟁이다. 특히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과는 전혀 다른, 날것의 생존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다. 단골을 만드는 법, 진상 손님을 응대하는 법, 계절에 따라 재고를 관리하는 노하우는 유튜브나 창업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현장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버텨온 선배 상인들의 ‘경험치’ 속에만 존재하는 무형의 자산이다.

그러나 기존의 청년몰 정책은 이 중요한 자산을 간과했다. 시장 내에서도 가장 장사가 안 되는 유휴 공간(2층이나 구석진 곳)에 청년들을 몰아넣고, 인테리어 비용과 월세 좀 지원해 주며 "젊은 패기로 살려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경험 없는 청년들끼리 모여 있으니 서로 배울 것이 없고, 기존 상인들과는 공간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분리되어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었다. 결국 지원금이 끊기면 폐업이 속출하는 ‘반짝 개업’의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전통시장을 바라 봐야 한다. 2026년의 전통시장 정책은 ‘공간 조성’에서 ‘사람(관계) 연결’로 대전환해야 한다. 청년들을 별도의 구역에 격리시키는 ‘청년몰’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대신 시장의 메인 골목, 베테랑 상인들 사이사이에 청년 점포를 배치하는 ‘융합형(Checkerboard) 입점’을 제안한다.

다 같이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40년 전통의 생선가게 옆에 청년이 운영하는 퓨전 생선요리 밀키트 가게가 들어서는 모습을. 3대째 이어오는 방앗간 옆에 젊은 감각의 떡 디저트 카페가 문을 여는 모습을.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구(新舊) 멘토링’이 일어난다. 선배 상인은 청년에게 좋은 재료 고르는 눈과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주고(전수), 청년 상인은 선배 상인에게 스마트 기술 활용법과 SNS 마케팅을 알려주는(공유) 상생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주장하는 ‘2026년형 신(新) 도제 시스템’이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시장이라는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녹아드는 과정이다. 청년은 시장의 ‘활력’이 되고, 기존 상인은 청년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

정책 당국에서 내년 예산안을 수립할 때는 ‘건물 리모델링’과 같은 하드웨어 분야보다는 ‘휴먼웨어’ 예산을 확대 개편하는 쪽에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청년 상인과 기존 상인이 머리를 맞대고 신메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1:1 멘토링 프로그램, 세대 융합 축제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청년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전통시장은 낡고 고루한 곳이 아니라, 수십 년의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농축된 ‘살아있는 경영 대학원’이다. 지원금만 바라보고 들어오지 마라. 옆집 할머니 사장님의 투박한 잔소리 속에 100억 원짜리 경영 수업이 숨어 있음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진짜 ‘상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전통시장 도시재생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2025년을 끝으로 ‘보여주기식 청년몰’의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

청년의 ‘아이디어’와 노장(老將)의 ‘노하우’가 시장통 골목에서 섞이고 비벼질 때, 전통시장은 비로소 대형마트가 흉내 낼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청년몰에는 ‘청년’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곳에는 청년을 품어주는 ‘어른’이 있어야 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배우는 ‘젊음’이 있어야 한다.

2026년, 전국의 전통시장이 청년과 베테랑 상인이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땀 흘리는, 진정한 의미의 ‘세대 융합 용광로’가 되기를 비스타컨설팅연구소는 간절히 소망한다.

신승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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